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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사회, 통합을 외친다
편집이사 겸 국장
2017년 03월 12일 (일) 20:04:05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겨울 초입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이 막을 내렸다.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권한대행의 짧고 무거운 한문장으로 모든 것이 정리된 듯하다. 판결이 나자 정치권은 모두가 모의한듯 화합과 통합을 외친다. 분열된 대한민국이 이제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헌법재판소 앞은 아수라장이다. 기자들이 뭇매를 맞았고 흥분한 어르신 몇은 비명횡사했다. 시위현장에서 사람의 목숨이 몇이나 죽어갔지만 언론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촛불시위 현장에서 난장이 벌어지고 사람이 몇 죽어나갔다면 사정이 어떨까.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우파는 쓰레기가 됐다. 박근혜를 파면하면 하나가 되는 사회로 바뀔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만 좌파든 우파든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5월 대선이 현실화 되면서 대선주자들의 목소리도 요란하다. 하나가 되자는 문장이 주자들의 입에서는 모두가 다른 모양으로 변주된다. 팽목항으로 달려간 문재인 씨는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됐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가 유가족들에게 혼쭐이 났다. 정치에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라는 외침에 문씨의 미간이 찌푸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곤 통합을 외쳤다. "이제 나라를 걱정했던 모든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평화로운 광장의 힘이 통합의 힘으로 승화될 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더욱 자랑스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수려한 문장이다. 탄핵 후 첫 행보가 세월호였고 그 바다를 향해 고맙다고 말하는 정치인의 입에서 통합이 나왔다. 통합의 주체가 어디인지 의문스럽다.

 좀 솔직해지자. 정치는 통합을 이야기 할 자격이 없다. 우파의 상징같은 김진태 씨의 발언을 보자. 김 씨는 탄핵 결정 직후 "대한민국의 법치는 죽었다"며 "대통령을 끄집어내려 파면하면서 국론분열이 종식되겠나. 마녀사냥의 그림자만 어른거린다"고 목을 놓아 외쳤다. 문 씨는 대선 주자급이고 김 씨는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광신도 쯤으로 찍힌 자이니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분이 바로 대한민국 우파와 좌파의 현주소다. 좌파는 탄핵이 인용되자 옷을 갈아 입었다. 주말마다 벌이던 촛불시위를 거두고 모두가 합의한듯 통합을 외친다. 우파는 일시 혼절 상태다. 우왕좌왕. 딱 그수준이다. 체면이 우선인 몇몇 우파지도자들은 좌파의 수위보다 더 큰 목소리로 통합을 이야기한다. 한마디 덧붙여 치유라는 단어도 사용한다. 외상보다 골수로 파고든 내상이 더 크다는 의미다.

 오늘의 상황은 어떤식으로 이야기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초래한 일이다. 그가 정신적 미숙아든 표리부동한 이중성의 소유자든 그부분은 이제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의 뒷배에 최순실 같은 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를 찍어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의 51%는 책임이 없다. 그가 보낸 유년의 핏빛 기억과 중년의 외톨이 생활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망쳐놓았다해도 그의 은밀한 사적 영역을 보지 못한 국민들은 선택의 오류에 후회는 할지라도 책임을 덮어쓸 순 없는 일이다. 지도자를 뽑을 때 정책과 비전을 보라는 말도 이젠 휴지가 됐다. 어느 정치지도자든 대부분의 국민은 그의 사적 영역을 알 수 없다. 문 닫고 들어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분칠을 하는지 자위를 하는지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내밀한 공간도 까발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치는 벌거숭이가 됐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어떤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나 논쟁은 없고 비난과 악플이 난무하는 사회가 됐다. 일단 나와 다르면, 자신과 다른 색깔이면 까고 본다. 흠씬 두들겨 패놓고 나서 CCTV를 뒤적거린다. 어떤 놈의 주먹이 먼저 나갔는지, 어떤 놈의 입에서 쌍소리가 튀어 나왔는지를 미세한 프레임 단위로 잘근잘근 편집해 낸다. 단연 그 분야에선 독보적이다. 이런 판국에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마약주사도 아니고 태반주사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비아그라가 해외출장용 약품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침대가 왜 들어왔는지가 아니라 침대가 들어간 걸로 충분하다. 관저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든 관저에만 있었다는 사실로 상상력이 발휘된다. 팩트는 없고 설만 난무해도 까서 흥분시킬수 있다면 까고 본다. 두들겨 패서 푸른 멍이 아니라 골수에까지 진통이 느껴져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탄핵정국에서 그런 문제는 단연 돋보였다. 세월호 7시간과 몇가지 주사이야기, 미용시술과 비아그라까지, 가능한 튀고 보자는 깡통들의 울림에 종편과 몇 몇 매체들이 자극적인 레이아웃으로 박수꾼을 모았다. 박수치고 낄낄거리고 조롱하고 고함지르며 거리로 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말이다. 이런 류의 소음이 유통되는 사회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선동을 누가 하는지, 이슈화를 누가 의도적으로 시키고 있는지를 침묵하는 다수는 슬쩍 페이지를 넘기는 듯 보이지만 다 알고 있다. 다만 천박한 그 입에 입 맞추기 싫어 악취가 날아갈 때를 기다릴 뿐이라는 말이다. 박근혜는 그런 선동의 사회에 공동의 적으로 짜맞춰졌다. 무능과 부패의 프레임에 가둬 석달을 두들겨 팼다. 그 결과가 파면인 마당에 이제 화해와 치유, 통합을 외친다.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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