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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경제부차장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석유개발을 책임졌던 시추선 '두성호'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석유공사가 보유 중인 두성호는 1984년 5월 건조(대우조선해양)한 국내 유일의 반잠수식 시추선으로, 시추공을 뚫을 때마다 원유와 가스를 발견한 사례가 많아 '행운의 시추선(lucky rig)'으로도 불린다.
 특히 1998년 7월 대한민국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1'의 탐사 시추에 성공, 2000년 2월 산유국 선포식(현 동해-1 가스전)에서 전 세계 95번째 산유국임을 알렸다. 두성호는 2013년까지 누적으로 매출 6,929억원, 영업이익 2,031억원을 달성해 석유공사의 실적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처럼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석유개발을 책임졌던 시추선 두성호가 한낱 고철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두성호는 당초 설계수명은 30년이었으나 설계 수명 연장을 통해 내구연한을 2030년까지 연장했지만 선체와 설비가 노후화되면서 시추 실적은 줄고 보수 관리 비용은 점점 쌓이고 있다. 자산매각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선 석유공사로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회사는 두성호 매각 추진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반대 주장이 맞서고 있고 성사 여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반대하는 목소리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적시추선의 보유 및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석유공사 노조는 "매각 시 30년간 한국석유공사가 쌓은 국내의 유일무이한 시추선 운영경험 및 기술이 고스란히 사장됨은 물론, 국적시추선 상실로 국가기반산업이 통째로 종료되는 국가적 손실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찬반 논란을 떠나, 매각을 추진한다 해도 국제 유가가 높지 않아 시추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33년 된 시추설비 인수자가 나설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때문에 석유공사는 폐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성호는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과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산업유물로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우리나라를 산유국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상징성이 높은 만큼, '매각' 아니면 '폐기'라는 선택 외 '또다른 선택'을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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