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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아래위로 두고 있는 울산지역에 원전 안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계기였다. 이제 후쿠시마 사고가 벌써 6주기를 맞았다. 이 날을 맞아 원전도시인 울산, 부산, 경남 등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등 탈핵을 요구하는 행사가 잇따랐다.

탈핵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기와 바다로 방사성 물질이 지금도 여전히 방출되고 있지만 한국은 후쿠시마 교훈을 잊은 채 계속해서 신규 원전을 증설하고 있다는 논리로 추가 원전 백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원전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 원전을 없애버리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전기없이 살 수 없는 시대에 살면서 대안없이 원전 중단만 외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만큼, 안전성 확보와 대책도 병행하는 것이 순리다.

문제는 울산의 경우 원전 사고에 대비한 촘촘한 대책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방재시설이다. 원전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주요 원전 방호시설인 방파제가 부실한 것은 가장 큰 약점이다. 울주군 서생에 들어선 신고리 3·4호기와 새로 건설되는 신고리 5·6호기는 다행히 해수면보다 10m 이상 높이 위치해 있고, 취·배수구는 바다 심층에 뚫어 방파제는 설치되지 않았지만 육상의 다른 방호시설이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파랑 방호시설인 방파제 등의 설계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해설'에선 항만구조물은 심해설계파를 기준으로 해당시설의 요구 성능에 만족하고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설계공용기간은 최소 50년으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고리원전 등에 설치된 방파제에 대해 최근 50년 빈도의 심해설계파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방파제는 단 한곳도 없었다.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6개 방파제가 설치된 고리원전의 경우, 방파제 마루높이와 피복석인 테트라포트(TTP) 중량이 설계기준을 만족시킨 사례는 전무했다.

이같은 사정은 울산 인근의 월성원전이나 영광·한빛원전도 다르지 않다니 걱정이다. 울산 인근에 16기의 원전이 밀집돼 있고 공단에 200여 개 석유화학기업이 입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정책의 내실화가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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