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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기 남구문학회장

올해는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에 걸맞게 울산시가 2년 연속 2조원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는 기사를 본보를 통해 접했다.
 성년이 된 우리 시의 살림살이도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산업단지 개발, 도로 건설, 환경정비, 관광 인프라 구축 등 어디 하나 빼고 갈 수 없는 실정이다. 큰일은 큰일대로 추진하고 좀 소소한 부분도 챙겨서 조금이라도 보태야 한다. 십 원도 일원에서 출발하듯이 작은 것이 하나둘 모이면 시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범주에 속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면 시 보조나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복지관이나 무료 급식소가 어림잡아 50여 개가 된다. 그곳에 소요되는 식재료를 대부분 타지에서 구매하고 있다. 한곳에 월 1,000만 원이면 연간 50억이 넘는다. 그것을 울산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나 울산의 재래시장에서 구매한다면 시장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한두 푼 판매가 쉽지 않은 시장 여건을 생각해 보면 큰 금액 아닌가. 그로 인한 고용 창출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또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구내식당도 대부분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자사 방계 회사나 거점 물류회사에서 사들인다.

 김치 하나만 보더라도 현대 계열사는 김해에 있는 공장에서 90% 이상 구매한다. 울산에도 김치 공장이 여럿 있는데도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타지방에 있는 공장과 거래한다. 울산의 대표적인 김치 공장은 두동이나 소호에서 배추를 계약 재배해 지역 농촌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에 반해 지역에 상주하는 회사는 그 김치를 먹지 않는다. 그나마 시청이나 구청의 구내식당은 우리 시에 소재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치를 먹는다.
 우리 시에 있는 기업체 구매 식당에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김치를 구매한다면 줄잡아 100여 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일어난다. 시에서 인위적으로 고용하지 않아도 컨트롤 타워 역할만 해주면 부수적인 고용이 따라온다. 맛은 전국적으로 레시피가 비슷해서 숙성 시간만 조절하면 맛 차이는 없다. 또 큰 마트에서 판매하는 농수축산물의 20%를 지역 상품으로 구매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지만,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구매해 가는 대형 업체는 아주 적고 형식적일 뿐이다.

 이런 일도 허가 조건이나 협조 사항으로 서로 약속하고 시에서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소통한다면 지역 도매시장도 활성화되고 그로 인한 고용도 이루어지면서 그 돈이 돌고 돌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두북과 농소에서 생산되는 지역 일반미를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바람직한가. 그로 인해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고용이 보장되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돌아오는 도시가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일들에 관심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해준다면 재래시장이 농수산물 도매 시장의 활성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집에 있는 곳간을 잘 지켜야 밥을 굶지 않는다는 옛 어른의 얘기가 생각난다. 시어머니가 고방 열쇠를 가졌는지 며느리가 가졌는지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다르듯이 기업이나 무료급식소, 마트 등이 도매시장이나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시민들 삶의 질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시에서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 지원했으면 한다.
 그렇게하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와서 사람들이 돌아오는 울산이 되리라 확신한다. 대부분 기업들이 지역 업체를 못 본 체하고 다른 도시에 본사를 둔 곳과 거래를 하면 세금 한 푼 안 내고 쓰레기만 남는다. 그뿐 아니고 수백 개의 기업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외주를 한다. 일부 고용은 일어나지만 그 역시 우리 시의 세수 증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소소한 부분이라 여겨지지만 결과를 보면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승용차 세금 몇만 원 체납되면 번호판을 영치해서라도 몇 푼이라도 거두려고 제법 많은 공무원을 투입하면서 조금만 관심과 제도를 손질하고 기관이나 기업체에 협조를 구하면 농수산물 도매 시장이나 재래시장이 활기를 찾는다. 그로 인해 수백 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세금이 덤으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 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농축산 유통과에서는 기업체나 학교에 우리 지역 농축산물 사주기 운동을 꾸준하게 벌이고 있지만 피부에 와 닫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학교는 그래도 100% 울산에 주소를 둔 업체가 아니면 유통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우리 교육청은 지역 농산물 및 지역 업체를 우선시하는 행정을 꾸준히 펼치고 있어 고용도 많이 이루어지고 도매시장에서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2조원의 예산도 아주 작은 금액에서 출발한다. 생각만 바꾸면 곳간 가득 돈이 차고 실업자는 줄어들고 그 사람들이 소비해주니 지역에서 자금이 순환된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제 광역시 승격 20주년에 걸맞는 성인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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