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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경 울산시 역학조사관

애기를 낳으면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는 것이 보편화 된 사회이다.
 몸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지만, 출산 후 회복이 덜 된 몸으로 신생아까지 돌본다는 것은 아주 고된 일이 분명하다.

 그래서 출산 병원을 선택하는 것만큼 조리원을 고르는 것도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 최근 한 산후조리원에서 RSV 감염이 집단 발생한 일이 있었다. 신생아들에게 감염병이 집단으로 발생하다보니 인터넷 육아카페와 언론이 떠들썩하였고 해당 조리원은 2주동안 임시 폐원을 하기도 했다.
 빈번한 민원 중 하나는 본인의 아기들도 역학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인데, 이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학조사는 감염병이 유행할 때 혹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될 때 그것을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나간 것에 대해서는 원인을 찾기 위해 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처벌이 목적이 아니고, 처벌의 근거나 권한을 갖고 있지도 않다. 또 제기되는 문제는 아기들과 보호자들이 고생하는 것에 비하여 조리원의 처벌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처벌 법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용시키는 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RSV는 호흡기융합세포바이러스로, 신생아에서는 모세기관지염, 폐렴 등을 일으켜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성인에서는 무증상 혹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의 산모들의 외출이 자유롭고 면회객의 제한도 없다. 그리고 감기 유행철에는 감기 바이러스들이 도처에 있다.
 아무리 소독을 열심히 하고 관리를 잘 한다해도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다 제거하기는 어렵고 산후조리원의 특성상 완벽한 환기도 어렵다.

 아기들이 보호자들과 완벽하게 차단이 되었다면 모를까 수유, 모자동실 등을 통해서 잠깐이라도 계속 접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리원에서 옮았다 하더라도 조리원의 과실이 100%라고 하기 힘든 것이다.
 감기 증상이 없는 보호자들이라도 세균, 바이러스를 묻히고 옮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처벌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용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산모와 아기들이 바깥세상과 차단이 되어 있고 보호자를 포함하여 모든 면회가 제한되고, 입소시에 산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독하였고 , 또한 산모가 잠복기에도 있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이 된다면 조리원에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러면 산모와 보호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어야만 하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역학조사를 하다보면 감염원을 못 찾을 때도 많지만 해당 집단에 감염병을 퍼뜨렸을 것으로 추측되는 지표환자를 찾을 때가 있다. 원칙은 감염병이 있는 경우 집단시설에 들어 가지 않는 것이 맞지만 무증상 감염자 혹은 잠복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감염시키게 된다.
 이 경우에도 역시 해당 환자, 보호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실제로 아기가 조리원에서 RSV에 옮았다는 민원으로 역학조사를 한 경우가 있었는데 해당 민원인의 아이가 지표환자로 밝혀졌던 적이 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믿고 간 조리원에서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아이가 아프게 된 것은 마음 아프고 속상한 일임은 틀림 없으나, 증상은 없지만 내가 내 가족이 옮겼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원망이 좀 덜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관리기관의 명백한 과실이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메르스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 될 점이 많다.
 전염성 질환인 경우 본인은 미미한 증상이라도 타인, 특히 면역이 약한 사람들에게 발병시 치명적일 수도 있고, 병실이나 조리원 등을 방문할 때는 본인이 병을 옮길 수도 옮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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