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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화 울산공업고등학교 교사

신학기가 되면 새로운 아이들,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의 3월은 1년의 모든 계획을 세우고 틀을 짜나가는 때이다. 계속 기초조사와 서류들을 챙겨내야 하므로 교사나 업무의 주체가 되는 부서들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때이기도 하다.
 처음 뵙는 선생님인데 먼저 인사를 하며 "우리부서에서 자꾸 자료를 요구해서 힘드시죠? 죄송해요." 하고 말을 해주시니 이쪽에선 "무슨 말씀을요. 3월에 이렇게 하는 것 다 아는 걸요.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하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니 하루 종일 발걸음이 가볍다.

 3월 초 아이들은 수업에 들어오시는 과목 선생님들이 어떤 분들일까 긴장한다. 그런데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똑같이 긴장한다. 처음 들어가는 이 반에 별난 녀석은 없나? 하면서 말이다.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고 한 달쯤 되어 관계형성이 이루어지면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게 되고 긴장이 풀리게 된다. 그래서 4월이 되면 학교는 좀 더 활기차게 변한다.
 선생님과 첫 수업에서 기(氣)싸움한 반 학생의 이야기가 들리면 살짝 불러 이야기 한다. 왜 떠들었냐고 눈을 부라리며 꾸중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들도 신학기엔 힘들고 긴장하시니까 네가 배려해서 좀 더 잘 따라주면 어떨까 말해주는 거다.
 그러면 바로 알아듣고 선생님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대견해한다. 실제로 대견하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 보다 더 힘든 건 다툰 아이들을 중재하는 일이다. 교사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결하는 것인데 형제간 다툼에서도 이런 판결은 우애를 해치는 지름길이다.
 일단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게 한다. 보통은 상대방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듣는 중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
 그래도 모르면 네가 이런 입장이라면 어떨 것 같아? 하고 예를 들어주면 좀 더 쉽게 이해한다.
 쌍방 간의 잘못인 경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고 전적으로 한 쪽의 잘못이라면 상대가 있는 곳에서 꾸중하지 않는다. 오롯이 그 학생 스스로 잘못된 점을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잘못을 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가급적 이해시켜보고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것인 것 같다.
 가끔 성인들 중에서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만 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훨씬 조화로운 사회가 될 텐데.
 아이들은 자라나는 중이다. 몸도 자라지만 생각도 자란다. 옆에서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기다려주면, 놀랄 정도로 더 멋있게 자란다.
 졸업할 때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건 너희들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뜻이야. 너희들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아이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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