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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노은

 
가슴 한 조각 떼어 보낸다.
읽고
답장해 주렴
네 가슴 한 조각 접어 보내렴
그냥
빈종이라도 좋다
거기
네 향기가 묻어 있다면
그리고
네 손자국 남아 있다면
 

● 노은- 1956년 전남 광주 출생, 1979년 건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79년 중앙 매스컴 5백만 원 고료 소설부문 '키 작은 코스모스'로 수상, 그 외 작품으로 '꽃과 비' '키 작은 여자' '마지막 사랑' '노란 비옷'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독' 등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이 있고 1988년 당시 서초중학교 교사로 재직.


서적을 정리하다가 오래되고 낡은 시집 한 권을 찾아 들었다. 안방 화장실에 두고두고 보았던 노은의 순정시집 '이제는 이별입니다'. 만든 날은 1988년 4월 10일, 값 2,000원. 종이 색은 바래고 바래서 재활용으로도 안받아줄 만큼 삭아버린 시집인데 이제껏 버리지도 못하고 집착하는 이유는 첫사랑 같은, 짝사랑 같은 마음을 폐지마다 꼭꼭 접어 눌러 놓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순정 만화, 순정 시 등에 많이 약한 편이긴 하지만 시의 내용이 어렵지 않게 이온음료처럼 흡수가 잘 된다고나 할까. 노은의 시집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가슴이 허기가 진다. 노은의 또 다른 시집이 있다면 서너 권을 더 읽고 싶은 그런 욕심 같은거라고나 할까!
 '이제는 이별입니다'시집 제목이기도 하지만 시의 제목이기도하다. …중략…/이별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우리가 기쁨으로 일렁일 때/차마 헤아리지 못한/두 번째 얼굴입니다/당신의 뒷모습이며/서럽게 노을 지는 내 가슴이며/지워진 우리의 약속입니다/…중략…
 다섯 페이지는 넘어가는 긴 시라서 내용을 여기에 소개하지 못하지만, 구구절절 애틋하여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내용이다.
 노은의 프로필은 1988년 출판했던 당시의 프로필이다. 지금의 프로필은 알 수 없으나 한 번쯤은 만나고픈 작가이다. 서른 초반에 쓴 이 시집의 지은이는 지금은 육십 대 초반으로서 이 세상 어딘가에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시리라 믿는다. 서순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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