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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볼 소설 속 주인공은 일본근대문학 작가 모리 오가이(1862~1922)의 단편역사소설 『아베일족(阿部一族)』(1913)에 나오는 아베(阿部) 집안사람들이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0년대 유학 시절에 영화 <아베일족>을 보고나서 부터였다. 영화가 너무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어서 원작을 보게 되었다. 물론 당시에는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문학을 공부하던 중이라 원서로 읽었다.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난 일본의 무사도정신(사무라이 정신)을 이해하는데 힘이 든다.

 이 작품을 읽고 이해를 할 수 있다면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이해 할 수 있으며, 역으로 일본 사무라이 정신을 이해한다면 이 소설 『아베일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설은 일본의 근세시대인 에도막부를 배경으로, 주군이 죽으면 부하들이 따라 죽어야 하는 순사(殉死)제도의 병폐로 일가족이 모두 살해당하고 자결해야만 했던 아베 집안의 이야기(실화)를 담고 있다.

 아베 집안의 주군인 타다토시가 병사를 하자 그를 따르던 부하들이 할복자살(순사)을 한다. 게다가 이 할복자살은 주군의 살아생전에 주군의 허락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주군을 위해 순사를 하면 그에 합당하는 보상을 받게 된다. 보상으로 토지를 받기도 하고 보상금을 받기도 하고, 아니면 자식들의 출세의 길이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충성심에 의해 순사를 하는 경우로 있지만, 보상을 바라고 자결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점점 더 순사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한 때는 순사를 금지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주군이 살아 생전에 순사를 허락하는 식으로 변모해 갔고, 그리고 이 순사를 놓고 그 진정성을 점검하는 식으로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보상을 바라고 순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엄벌에 처해지기도 했다.

 주군인 타다토시가 순사를 허락한 사람은 18명이었다. 그 연령도 17세부터 다양하다. 이들은 죽음을 담담하게, 아니 오히려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인정하는 죽음이라고 생각하여 기쁘게 받아들인다.

 타다토시를 오랫동안 모셨던 아베는 타다토시에게 순사하겠다고 했지만, 타다토시는 순사를 허락하지 않고 자신의 뒤를 잇는 아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명한다. 그러나 아베는 순사를 허락받은 부하들이 다 죽고 난 2달 정도 뒤에 5명의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할복자살을 하였다. 아베가 순사를 택한 이유는 자신의 위치에서 주군이 죽었는데도 순사하지 않고, 주군의 가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누가 만들어 냈는지 모르지만, 아베는 주군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에 아베는 자신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내가 아니라는 것과 자신의 무사다운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자결을 하고 만다. 아베가 자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군의 집안에서는 허락도 없이 순사를 했고, 이것은 분명 보상을 바라고 순사로 가장한 죽음이라고 해서 아베 집안을 몰살하기로 한다.

 이러한 결정을 알게 된 아베 집안 사람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끝까지 대항하고 싸우다가 최후에는 전원 다 자결을 하고 만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무가(武家)사회가 1192년부터 근대화가 되기 전까지 약 700여 년간 지속된 나라다. 그들의 뼈 속 깊이 스며있는 사무라이 정신을 우리가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번에 살펴본 <군함도>에서 일어난 일들도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일본 근대시대 초기 제1호 독일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유럽사회를 경험한 당시의 엘리트 작가 모리 오가이는 분명 일본의 모순된 사무라이 정신을 드러내고 싶어서 『아베일족(阿部一族)』의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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