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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쌓는다'는 표현이 있다.
 복이란 것이 그저 주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 내 행동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동양에 복이 있다면 서양에는 '행운'이 있다. 두 단어 모두 우연하게 다가오는 좋은 일을 뜻할 때 쓰인다.
 그러나 이 책 '행운을 찾아서'를 읽고 나면 확실히 이 두 가지는 그저 따라오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서 두 인물이 내리는 상반된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은 앞면과 뒷면이 똑같은 구성으로 한 면은 행운 씨, 또 뒤집은 한 면은 불운 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행운 씨는 말 그대로 복을 쌓는 사람이다. 매사 긍정적이고 느긋해 모든 일을 여유롭게 처리한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져도 오히려 그 시간에 모자를 사거나 복권을 사는 등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그래서 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이 열려 있다.
 반면 불운 씨는 꼼꼼하고 부지런한 성격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 생각만 하다 보니, 내 실수조차 남의 실수로 돌리기 십상이다.
 둘의 마음가짐은 이번 여행에서도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둘 모두 곤란에 처한 아주머니를 만나지만 각자 내리는 결정이 달랐던 것. 행운 씨는 아주머니를 도와준 것이 인연이 돼 대저택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 인연으로 그는 자신의 피앙세까지 만나게 된다.
 반면 불운 씨는 아주머니가 곤란에 처해있는지조차 모른다. 결국 숙소를 못 구하자, 비바람 속에 온간 고생을 하게 된다.
 책의 묘미는 이러한 이야기를 꽤 정교한 구조 속에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의 곳곳에 세심하게 배치된 복선들이 조화롭게 연결돼 재미를 준다.


 김주영 기자
 한 그림책연구회원은 불운 씨의 모습이 대부분의 한국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했다. OECD 회원국 중 불행도가 높다는 한국 사람들. 어쩌면 그 이유가 책 속 불운 씨처럼 늘 시간에 쫓기고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며칠 여행에 여름옷, 겨울옷을 다 챙길 정도로 부지런한 성격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만, 행복하진 않은 불운 씨.
 나중에 로또가 당첨되는 행운까지 얻지만, 주변에는 삶을 함께 나눌 친구나 동반자도 없다. 돈과 같은 객관적 지표가 높음에도 삶의 만족도나 행복도가 낮은 한국인들과 실제 닮았다.
 반면 행운 씨는 집이 불에 타고, 재산도 없지만 자신의 연인과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삶을 즐길줄 아는 여유가 없다면,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음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오늘 하루도 바빠서, 내 자신은 물론 주변도 잘 못 챙기고 사는 사람들과 그래서 더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김주영 기자·울산그림책연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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