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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조선업계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세계 최대 시추업체인 시드릴ㆍ오션리그가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인력 조정과 임금 삭감, 자산매각 등 몸집을 줄이며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또다른 악재로 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노르웨이·그리스 선사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추선(석유를 시추하는 선박)사 노르웨이 시드릴과 그리스 오션리그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선사들이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 시드릴이 채무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노르웨이 오슬로 증시에선 54%, 미국 뉴욕증시에선 55% 급락했다. 100억달러가 넘는 채무조정 난항으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오션리그는 채권단으로부터 37억달러 규모의 출자전환을 승인받았지만 올해 만기 예정인 4억6,000만달러 채권에 대한 채무 재조정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시추사들은 2014년 말 급락한 국제유가가 회복되지 않자 재정난에 빠졌다. 시추를 통해 원유를 생산해도 유가가 낮아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셰일오일과 경쟁해야 하는 터라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다. 

 국내 조선업계가 시드릴과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1척을 수주했지만 한차례 인도가 연기됐다가 끝내 계약 취소를 당했다. 최근 다른 유럽해운사에 기존 선가의 65%대 가격으로 매각했지만, 손실을 피할 순 없었다. 
 대우조선의 경우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약 1조2,500억원에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은 시드릴(2척)과 오션리그(3척)로부터 각각 1조1,700억원, 2조1,000억원 씩을 수주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시드릴과 오션리그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조선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들이 채무조정에 실패, 파산에 이르면 건조한 선박을 인도할 수 없어 잔금을 떼일 수 있어서다.

#잔금 떼이거나 다른 업체에 팔아야
또한 글로벌 시추선의 경영악화로 인해 해양플랜트 시장의 회복도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시추업체 파산으로 인한 파장이 벌써부터 우려된다"면서도 "실제 파산 시 국내 조선사들이 인도하지 못한 시추설비를 시장에 팔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같은 저유가 시대에 매각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시추선들의 인도 지연에 따른 1차 위기를 넘기더라도 심각한 발주 가뭄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말부터 일제히 조선사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조선사 신용등급 일제히 하향조정
가장 먼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0일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을 각각 'A-' 'BBB+'로 1노치씩 하향 조정했다.
 31일에는 현대미포조선과 건화 신용등급을 각각 'A-', 'B+'에서 'BBB+', 'B'로 낮췄다. 이달 4일에는 한국신용평가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신용등급을 각각 'A-', 'BBB+', 'BBB'로 역시 한단계씩 강등했다.
 이튿날인 5일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중공업 신용등급을 'A-', 현대삼호중공업 'BBB+', 삼성중공업 'A-'로 한단게 하향 조정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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