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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멀미
윤석호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7년 04월 18일 (화) 20:31:06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정신과의사는 개인 환자를 분석하여 치료해나가는 일도 하지만 병동에서 다른 직종의 종사자와 협조하면서 팀으로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그래서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과 같이 환자에 대하여 회의도 하고 병동 치료 후 어떻게 사회에 복귀하여 적응하게 할 것이냐 하는 것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공조하는 것이다.

 환자는 병동에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집단 활동을 통해 사회에서의 관계를 체험하는 것으로서 재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때는 공감하는 치료진이 얼마나 많이 환자들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관찰하고 대인관계를 개선하여 그들의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것은 결국 환자들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서 그들 자신을 가져올 수 있느냐 인데 이때 사실 치료진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진실을 드러내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환자들이 그들의 진정한 마음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치료자가 상대적으로 인간과의 관계가 자유롭고 확대되어있어 환자가 그들과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세계관계를 통해 새로운 관계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을 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위축되었던 환자는 세계를 다르게 보고 체험하게 되면서 억압되었던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세계관계라는 것은 항상 가능성이고 치료과정에서 세계를 다르게 보고 새로운 체험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과거자신의 완고한 신경증적 세계가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파괴 없이 호전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날도 어떻게 하면 환자의 병동생활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줄 수 있을까 논의 중이었는데 활동을 잘 안하면서 외출도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이 나타내는 증상이 말하자면 세상 멀미 같은 것일 것이라고 말하니 세상멀미라는 말이 인상적이라고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듣고 이 칼럼의 제목을 생각하게 됐다.

 정신과 환자가 보통 병원에 입원될 때 특히 비자발적 입원인 경우는 병동에 입원되는 것을 구금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자살충동 환자 같은 경우는 그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인권의 문제가 대두되고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새로운 정신보건법이 시행될 예정이며 그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다.

 인권과 치료가 서로 모순적 갈등을 갖게 되는 것이고 여기에다가 환자가 '병식'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된다. 인간의 '자유'라는 것이 묘하게도 오히려 어떤 사람은 그 자유로부터 도피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인데 이런 '퇴행적' 행동은 복잡한 것이지만 우리 환자분들에게서는 '치료에 대한 저항'이라는 형태로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이런 퇴행적 욕구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입원치료로 호전되고 재활 노력도 기울여 다시 사회에 복귀하게 된다면 입원에서 생긴 갈등 그리고 그렇게 치료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며 사실 정신과 치료의 목적은 신경증적 감옥의 세계로부터 자유롭고 그리고 자신의 생활 세계에서도 관계가능성이 달성되는 자유의 실현일 것이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는 급성기의 증상을 안정시키는 약물요법과 대화를 통한 자신의 증상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상담치료를 거쳐 사회로의 복귀를 돕는 생활치료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재활치료를 위하여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외출도하고 외박도 하는 것이 치료의 일환이다. 나중에는 지역 사회 정신증진센터 같은 곳에 연계하는 일도 하는데 많은 경우 이런 노력에 저항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모순인데 바로 자신들의 자유로운 삶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인데 마음에서는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저항과 환자들의 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가 가는 일이고 그동안 병동에서 사회생활에 소원해진 것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과 편견 등 많은 장애물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 나타내는 어지러움과 불안이 어찌 이해가 안 되겠는가. 필자의 환자분들 중 외박 나가는 것을 계속 거부하는 환자분의 여동생은 그래도 얼마 만에 한 번씩 오셔서 면회를 하시고 환자분이 외출하지 않겠다고 하여 돌아가는 길에 주치의인 필자를 만나는데 자기는 이젠 나이 먹어 오시기 힘들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오빠를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온다고 말씀 하신다.

 사랑이란 상대방과 함께 있음이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한 세계와의 관계가능성을 드러나게 할 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현존재분석에서는 말하는데 환자분이 여동생이 사는 세계 곁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필자는 그가 과거에 얼마나 많이 세파에 시달렸을까를 짐작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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