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울산수출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4개월 연속 수출 증가 기록이다.
 석유·화학제품과 자동차가 수출 상승을 주도했고 선박도 오랜만에 수출 물량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주력품목이 일제히 증가하며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울산가계의 지갑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조선업 침체 여파로 인해 울산의 소비 심리가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지역 백화점의 봄정기세일의 판매실적이 하락하는 등 소매유통업 경기가 부진했다. 가계부채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울산세관이 발표한 지난 3월 울산수출액(통관 기준)은 63억4,0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늘었다. 석유제품을 비롯해 석유화학, 자동차, 선박 등의 증가세에 힘입은 결과다.
 이로써 울산수출은 지난해 12월 3.2% 증가로 돌아선 이후 4개월 연속 신장했다. 지난 1월 11.5%, 2월 38.4%로 울산수출에 훈풍이 불고 있는 분위기다.
 품목별로는 지난 3월 울산전체 수출액의 27%에 달한 유류의 경우 국제유가 인상으로 수출단가가 상승하면서 전년동월대비 79.5% 증가했다(9.4→16.9억 달러).

 울산수출의 22%를 차지한 화학제품 역시 단가 상승의 영향과 화학업종의 세계적인 경기 호조세로 전년동월대비 24.7% 늘었다(10.5→13.1억 달러).
 자동차(21%)는 사드배치 보복 조치로 대중국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ASEAN 지역 수출증가로 전년동월대비 14.8% 확대됐다(13.4 → 15.4억 달러).
 그동안 조선업 불황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던 선박 부문은 고가의 부유식 원유저장 설비선(FPSO) 인도로 전년동월대비 26.5% 증가했다(6.5→8.2억 달러).

 수출과 함께 수입도 호조세를 나타내며, 전년동월대비 37.7% 증가한 42.2억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1.2억 달러 흑자를 시현했다.
 문제는 소비심리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지난달 울산지역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0.4로 전국 평균(96.7)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의 소비자동향지수(현재생활형편CSI 생활형편전망CSI 가계수입전망CSI 현재경기판단CSI 향후경기전망CSI) 모두 전국보다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전국에서도 유독 울산가계가 경기를 안 좋게 보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때문에 울산내수 경기는 전국 최저 수준이다. 울산상공회의소의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2로 직전 분기(115)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실제로 지역 백화점업계가 '역대 최대'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대적인 봄 정기세일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실시했지만, 지난해 세일에 비해 오히려 매출이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양대 백화점인 롯데·현대백화점 모두 -5%대 역신장한 것.
 가계부채 상황 역시 팍팍한 서민 지갑 사정을 대변한다. 올 2월말 울산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869억원 증가한 19조3,000억원으로 조사됐다. 453억원 가량 늘었던 1월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울산녹색소비자연대가 실시한 1분기 소비자상담 건수에서도 이미용서비스(-48.2%)와 국외여행(-26.9%) 관련 상담이 크게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는 13.0%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상담은 소비가 많을수록 증가하는 만큼 울산지역의 경기불황으로 이미용서비스 및 국외여행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영향을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 내 경제단체 및 기관에서도 울산 체감 경기의 봄은 멀었다고 보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국제 경기 회복세에 수출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압박, 가계부채 부담 등 위협요소 때문에 가계 살림살이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석유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이 호황을 이끌고 있어서 내수와 고용 등에 긍정적 낙수효과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