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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소빈 농서초 행정실장

녹색어머니 봉사활동은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7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 계속됐다.
 행여 길 건너다 어린 학생들이 다칠까봐 바짝 긴장하며 눈을 바쁘게 움직였다. 지각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건너게 하려는 마음에 사거리의 신호를 순서대로 봐 가며 우리 신호차례가 되면 재빨리 깃발을 들어 올려 차들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녹색어머니의 임무였다.

 마지막 아이를 길 건너게 하고는 얼른 노란 깃발과 녹색 조끼를 벗어 차에 실고서 나는 곧장 출근을 하였다. 녹색어머니 봉사 첫 날, 나는 너무 긴장한 탓에 피로감이 밀려왔고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녹색어머니 활동은 5년째 이어져 왔고, 나에게도 잊지 못할 아찔한 순간이 찾아왔다.

 "세상에, 세상에나 어떻게 그렇게 몰지각한 운전자가 다 있대? 도대체 우리가 녹색어머니 교통깃발로 멈추라고 제지를 해도 막무가내로 돌진했잖아. 더더욱 횡단보도를 건너는 녹색신호에 말이야.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그렇지. 어떻게 횡단보도 길을 건너는 어린아이를 덮칠 수가 있지? 도대체 운전자는 눈을 감고 운전 했나?" 
 학교 앞 등굣길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내가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벌써 119 구급차로 초등학생 3명이 실려 간 뒤였다. 초등학생 세 명이 하늘로 붕 날아올라 다시 횡단보도 바닥에 떨어지는 큰 사고를 당한 것이다.

 나는 교장선생님께 보고 드리고 다친 학생이 괜찮은지 알아보던 중 119 구급차에 실려 간 아이들이 가까운 병원에서 더 큰 대학 병원으로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제발 아이들이 무사해야 할 텐데 걱정하며 기나긴 밤을 뒤척였다. 다음 날 아이 세 명이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떨어지면서 다행히 책가방이 머리를 보호해 주어서 다친 데는 없고 약간의 찰과상 정도라 금방 퇴원할 것이라고.
 나는 우리학교에서 발생한 횡단보도 앞 교통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천천히 학교 주위를 돌며 도로주변, 횡단보도 주변 등을 사진으로 찍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시설물을 개선 정비해 달라는 공문을 구청과 경찰서에 보냈다.

 구청의 교통행정과 담당자는 스쿨존 어린이 보호휀스를 눈에 더 잘 띄는 신형으로 교체 설치해 주겠다 했고 방범용 CCTV도 설치해 주겠다고 했다. 경찰서에서는 제한속도 30km,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신호과속 카메라 설치 등을 약속해 주는 공문을 회신해 주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우리 학교 스쿨존 어린이 보호구역은 더욱 안전하게 바뀌어서 위험한 야간에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 특히 사고가 난 횡단보도 앞에는 신호과속 카메라가 설치되었는데 이 카메라로 인하여 내려오는 차량들이 속도를 많이 줄였기에 교통사고 예방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스쿨존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시설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새롭게 옮긴 학교에서도 구청과 시청, 경찰청에 공문을 발송했고 경찰관 남편은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하여 쉬는 날에 발로 뛰면서 구청과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과속방지턱 설치와 신호과속 카메라 설치를 적극 요구했다.
 그 결과 반사경, 과속방지턱, CCTV카메라, 스쿨존 안전휀스 등을 설치해 주었고 예전보다 더 안전한 등하굣길이 조성됐다. 이렇듯 5년간의 녹색어머니 봉사활동은 안전한 어린이 스쿨존을 만드는 데 최고의 초석이 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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