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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영 남구 드림스타트 주무관

아이들이 들뜨는 계절, 5월이 다가온다. 장난감 하나에 울고 웃는 아이들의 마음은 하얀색 도화지 같다. 어른들이 그리는 색으로 칠해지고 아이들이 바라보는 대로 그림이 그려지니 신기하면서도 가끔은 먹먹하기도 하다.

 언젠가 탄광촌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볼 기회가 있었다. 오래된 그림들이었지만 그 속에는 개울물이 '까만색'으로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아이들이 개울물을 검정색으로 칠했을까, 혹시 장난스럽게 그린 걸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시절, 그곳의 아이들에게는 하늘 아래 동그란 동네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 동네를 벗어난 적 없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물은 까맣다고 여겼다.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OECD국가 중 대한민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제일 낮고 우울·불안감·스트레스는 가장 높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60.3%로 네덜란드 94.2%, 아이슬란드 90.2%, 루마니아 76.6% 등에 비해 최하위 수준이었다. 거기에다가 '내게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동·청소년 결핍지수가 54.8%로, 바로 위의 헝가리 31.9%에 비해 압도적인 꼴찌였다.

 아동의 인구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아이들의 삶의 질 역시 학업스트레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방임, 사이버폭력 등으로 바닥을 치고 있으니 과연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40년 전 아이들이 까만 개울물을 전부로 알며 살았듯이 지금의 아이들은 삭막하고 어렵고 힘든 것이 세상이라고 알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학대행위자 중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가구의 비율이 46.4%, 학대행위자의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비율이 56%에 달하는 등 빈곤계층의 아동학대 비율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빈곤계층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남구에서는 아동복지법 제37조와 아동복지법시행령 제37조에 따라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통합서비스를 지원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돕는 드림스타트 사업을 시행중이다.
 지난 2013년 7월, 5개 동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해서 2015년부터 남구 14개 동으로 사업을 확대하여 약 350여 명의 아이들을 돕고 있다. 특히 올해는 건강, 교육, 복지 분야의 160개 지역자원 협력기관 및 후원을 연계하여 취약계층 아이들과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일반적인 복지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 학원과 연계한 예체능 지원, 감성 나눔교육을 비롯한 아동미술치료 전문강사와 연계한 단기예술학교 운영, 갤러리 투어 등의 교육분야 프로그램과 신생아를 위한 로타 예방접종, 안과검진 및 안경 지원, 저체중 아동을 위한 영양제 지원과 고도비만 아동을 위한 비만치료비 지원 등의 건강 분야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또 복지 분야에서는 또래관계 개선을 돕고, 가족치료, 인성교육은 물론 생일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생일축하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여 아이들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전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기초생활비 지원만으로는 다른 문화생활이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고, 아이들 생일에 케이크를 사는 것도 큰 부담이 되는 가족에게 드림스타트는 또 다른 가족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직접 가정방문을 통해서 가정의 문제점을 보고 듣고 정확히 파악해서 꼭 필요한 서비스로 이어주는 따뜻한 손길, 그것이 바로 드림스타트 사업인 것이다.
 까만 개울물밖에 보지 못해서 개울물은 까맣다고 생각했던 탄광촌 아이들을 위해 맑은 개울물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드림스타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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