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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비, 니미락내미락, 마따내기, 빠물래기, 싱게비, 이지납새, 철베이, 캄카무이, 포시럽다, 하고재비, 한배까리, 깨끔한 거랑물,무디미 보리밭, 갱빈 갓에 소나무…. 국립민속박물관이 19일 '울산민속문화의 해' 특별전을 개막했다. 각재이 떠오른 울산 말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나도 울산사람 아잉교'라는 말을 통해 울산을 '수용과 포용의 도시'로 재해석한 것이 부럽다.

 울산 방문의 해, 울산 민속문화의 해에 중요 전시를 서울가서 봐야 하니 울산의 박물관, 문화원, 대학교, 방송사들이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중구 다운동에 '장꿩만디'가 있다. 장꿩은 '장끼(수꿩)', 만디는 꼭대기나 봉우리를 뜻하는 울산 방언이다. 그러니 '장꿩만디'는 '높은 곳에 있는 봉우리 마을'이다. 사람들이 햇살 좋은 산봉우리 한편에서 차밭(다전)을 일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의 옛 모습이 그려지는 정겨운 이름이다.

 북구 어물동 금천마을 북쪽방향엔 '깐채이골'이 있다. '깐채이'는 '까치'의 울산 방언이니 까치가 많은 골짝 또는 작은 골짜기를 뜻한다. '깐채이'는 '아지'와도 관련이 있다. 아지는 망아지, 강아지, 송아지 등에서는 '짐승의 새끼'란 뜻이고 신체 부위인 발모가지, 손모가지, 모가지 등에서는 '가늘고 좁다'는 의미이다. 또 지명에 붙을 때는 '까치'라는 말로 변해 작다는 뜻을 나타낸다. 까치내, 까치골(태화동), 까치박거랑(일산동)이 모두 작은 내, 작은 골짜기, 작은 마을의 뜻을 담고 있다.

 울산 방언은 생동감 넘치고 사람 냄새 나는 매력이 있다. 또 울산 큰애기처럼 참 복스런 말이다. 탤런트 한채아가 방송에서 고향 친구를 만나 울산 말로 대화하며 환하게 웃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렇다.

 내가 박물관장을 맡았다면 맨 첫 출입구에 울산 말로 인사와 안내를 하는 오디오를 설치했을게다. 울산방언 특별실도 마련하겠다. 울산 방문의 해를 기념하는 '울산 방언 경연대회'도 전국 규모로 열고 공무원이나 공공기업 선발에 '울산 향토사 능력시험'과 '울산 방언 능력시험'도 개발해 넣고 싶다.

 울산은 1950년대 이후에 다양한 변화와 급격한 발전을 한 도시다. 6·25 때는 피난민들이 몰려와 그들이 쓰는 생소한 표준말과 공통말, 전국 8도의 말들을 접하면서 녹여 들였다. 1962년 울산공업단지가 설립된 이후에는 도시 팽창과  8도에서 온 전입인구와 함께 뒤섞이면서 토박이 말이 표준말과 공통말에 밀려나 시나브로 한두 낱말씩 사라져 갔다.

 흔히들 경상도 방언을 "무뚝뚝한 말씨"라고 한다. 울산방언도 그 범주에 들 것이다. 하지만'무뚝뚝한 말씨'가 세련된지 않은 투박한 말씨라는 뜻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말씨가 꾸밈없고 소박해 믿음직한 어감과 은근한 여운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울산 말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울산에는 울산 방언 연구나 관련 학술 행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제주나 대구 등 각 지방에선 오래 전부터 방언경연대회나 방언 연구를 위한 학술행사가 다양하게 있었다. 지구에서 다시 없는 자기 고장 방언을 간직하고 전해주기 위해서다. 다른 분야에는 그렇게도 앞선 사례를 흉내내는 울산이 이 분야만큼은 내몰라라하니 불가사의다.

 '와 카노!' 경북 방언 대회는 이미 유명하다.'2009년 경북 민속 문화의 해'를 맞아 경북의 방언 보존 및 전승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방언 사용자로서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시작했다.

 제주도는 2007년 제주 방언을 위해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만들었다. 경남에서도 2012년에 (사)경남방언연구보존회가 조직됐다. 경북도 역시 '경상북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만들어 경북 토박이말 보존과 발전에 나섰다. 2009년부터 매년 열리는 안동 사투리 경연대회나 국어학자들의 방언연구원 설립 모색 학술대회 개최도 같은 맥락이다. 울산은 이런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하다.

 올해는 울산 방문의 해이자 울산 민속문화의 해라고 한다. 의례적인 기념행사나 관광객 유치에만 매달리는게 다여야 할까? '나도 울산사람 아잉교' 특별전을 서울까지 가서야 볼 수 있다니 그 현실이 그저 '쭈굴시럽다'. 
 '멍게'는 1980년대 말까지 방송 금지어였다. '우렁쉥이'가 표준어였지만 듣도 보도 못한 생경한 말이었다. 나는 방송에서 고의적으로 멍게라고 말했다. 그 멍게가 지금은 표준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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