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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랑쿠시, 키스, 석회암, 58.4×33.7×25.4cm, 1916,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생명의 원초적 본능을 꿈틀거리게 하는 봄은 예술가에게는 작품 제작의지를 부추기는 힘이다.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초록 나뭇잎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욕망을 보이지 않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재하고자 하는 생명의 본능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대표적인 징표는 사랑의 입맞춤이다. 입맞춤만큼 예술가에게 아름다운 주제는 없다. 여기에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생명도 있고 욕망도 깃들어 있다. 그래서 입맞춤을 주제로 그리거나 조각한 예술작품은 많다.   

 오퀴스트 로댕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의뢰받은 '지옥문'에 설치할 목적으로 남녀 입맞춤을 아름답게 표현한 조각을 브론즈로 제작했다. 지옥문은 로댕이 단테의 '신곡'을 소재로 만든 대형 조각품이다. 여기에 붙여진 '키스'는 불륜의 상징으로 남녀가 부둥켜안고 키스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런 뒷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조각의 아름다움에 빠진 수집가가 로댕에게 자신의 정원에 설치할 목적으로 똑 같은 작품을 의뢰했다. 그것도 대리석으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로댕의 '키스'라는 아름다운 대리석 작품이 남게 되었다. 거장이 된 로댕은 루마니아 출신의 젊은 작가였던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조수자리를 제의했지만 그는 큰 나무 아래에서는 다른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말로 거절했다. 가난하지만 예술에 대한 근원적 존경과 자신에 대한 끝없는 자존감으로 둘러싸인 그가 로댕의 유혹을 거절한 것은 당연히 예술가가 가져야할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요즘처럼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브랑쿠시는 파리로 건너와 피카소와 브라크 같은 입체파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현대조각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화려한 수식과 넘치는 장식을 가진 조각으로 근대의 눈에 머물렀던 조각예술에 담백하면서도 인간의 본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제시하려했다. 이미 거장이 된 로댕처럼 작은 모형을 만들어 석공이나 브론즈기술자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형태가 아니라, 직접 망치와 끌을 잡고 돌을 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로댕보다 제작한 작품 수는 적지만,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 '키스' 연작도 한 점이 아니라 1907년, 08년부터 시작해서 23년까지 전부 5점을 제작했다.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보이는 작품들이 남녀의 사랑을 풋풋하게 드러내고 있다.  

 브랑쿠시의 '키스'는 직사각형 돌에 최소한으로 눈과 입만 조각했다. 장식이라곤 꼬불꼬불한 남녀의 머리카락과 서로 안고 있는 두 팔이 있어 그나마 조각을 했구나하는 느낌을 줄 뿐이다. 사랑하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무슨 장식이 필요할까? 로댕의 아름다운 선이 넘치는 '키스'와는 표현이 대조적이다. 그래도 두 작품 모두 아름답다. 각자 미적 취향에 따라 나뉜다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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