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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통령 선거 날이 밝았다.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빚어진 대통령 보궐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이미 며칠전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사전투표에서 국민들의 참여는 뜨거웠다. 26%를 넘는 사전투표는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너도나도 외쳤지만 그동안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후보자들의 민낯은 구태의 재판이었다. 어김없이 이전투구(泥田鬪狗)와 중상모략(中傷謀略)이 판을 쳤다. 득표를 위해서라면 대책없는 포퓰리즘도 마구 쏟아졌다. 선거가 끝나면 서민들은 당장 수십만원씩 혜택을 보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부풀려 놓았다. 이전투구는 말 그대로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다. 이익을 위해서는 모함과 속임수를 아끼지 않는 것은 중상모략(中傷謀略)이다. 앞으로 5년의 대한민국 지도자를 뽑는 선거판이 막판에 와서는 이 사자성어로 집약 될 정도로 혼탁했다. 5자구도가 끝까지 유지되고 마지막 선거 여론조사에서 1강 2중의 구도가 유지된 선거지만 아직은 어느쪽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선거에도 구태여전한 정치권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초유의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탄핵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얼마나 이슈로 부상했느냐는 점이다. 탄핵의 핵심은 소통의 부재였다. 독단적인 정권, 소통없는 권력은 부패로 이어졌고 그 결과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대선 일정이 확정되고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정치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상모략과 이전투구가 판을 쳤고 마지막까지 미래보다는 과거에 얽메인 정치로 국민들의 실망감을 더했다. 그래서 선거이후가 더 문제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반을 넘지 못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돌아선 절반의 유권자들은 임기 5년 내내 불신과 냉소로 정권을 볼 것이고 또다시 국론은 분열돼 갈등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정치 개혁 화두 실종되고 세대간 '묻지마식' 투표 재현 우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선거보다 다자구도가 명확한 선거로 흘러왔다. 더구나 진보나 보수 모두가 한쪽으로 결집하기보다 분산되는 특이한 구도로 이어졌고 중도세력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막판으로 갈수록 진보와 보수는 세의 결집을 위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며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선거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진영은 홍준표 후보를 중심으로 하나로 결집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진보는 문재인 후보에 의한 진보 정권 탄생을 위해 총력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다.
 특이한 점은 이번 선거의 경우 지역이나 계층 간 대결이 무디어진 반면 세대간 갈등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오늘로 모든 선거의 결과는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올수록 미래를 위한 정치의 개혁이라는 화두는 실종되고 진영 논리에 빠진 '묻지마식 투표'가 재현될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정치는 지금 대격변의 중심에 서 있다. 국가적인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차기 대통령이 헤쳐나가야 할 국가적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외교와 안보는 새 대통령이 풀어나가야 할 첫번째 과제다. 어디 그뿐인가. 저성장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 동맹에 대한 문제와 트럼프식 막무가내 외교의 협상력도 관건이다. 또한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로켓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악화된 한중, 한일 관계의 개선 등도 시간이 급한 사안들이다.

# 후보 정책·공약 세밀하게 살펴 미래 향한 당당한 권리 행사 해야
유권자들은 그간 발표된 후보들의 정책 및 공약들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이런 국가적 과제를 누가 더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민주주의 나무는 유권자가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먹고 그 꽃을 피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든 주권 행사야말로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응당 지녀야 할 권리이자 의무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사태에서 보듯 유권자의 선택은 나라의 운명을 갈라놓는 중차대한 의사결정이다. 주권의식은 참여로 빛을 발한다. 스스로 당당한 한표를 행사할 때 비판의 목소리도 당당할 수 있다. 기권도 하나의 의사표현 방식이기는 하지만 냉소주의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선' 또는 '차악'의 선택도 차기 대통령에게 국정을 이끄는 데 필요한 정치적 힘을 보태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는 이제 공식 선거운동도 끝나고 오늘 투표만 남은 상태다. 자신의 한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당당한 국민의 권리 행사를 해야할 때다. 무엇보다 정치권 역시 국민의 소중한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고 냉엄하고 엄숙하게 대한민국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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