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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병찬 한국석유공사 비축사업본부장

시기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과거 우리나라 기름값에 대해  국민들이 가졌던 공통적인 불만은 "국제시세보다 비싼데다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린다" 는 점이었다.
 그때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앞 다투어 설명하긴 했으나, 서민들의 생활물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름값의 하방경직성이 유독 국내에서만 심한 것 같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2011년 알뜰주유소의 출범은 새로운 사업자를 유입시켜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과점시장의 시장실패를 최소화하고 국민편익을 증대코자 하는 국민적 정서와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자 이루어진 것이다.
 알뜰주유소는 출범후 지난 5년 간 대규모 물량구매, 셀프주유소 확대, 주유사은품 축소 등 다양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기름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주유소 시장에서 제5의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알뜰주유소의 존재로 인해 지역시장 내 일반주유소들의 가격경쟁이 촉진되고 이로 인해 기름가격이 인하되는 "전략적 효과"가 매우 분명하다는 점은 그간의 실증적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사업은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의 유일한 정책수단으로서 2013년~2015년 동안 약 6조원이 넘는 소비자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왔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알뜰주유소가 정유사, 대리점, 일반 주유소 등이 참여하는 석유시장에서 기준가격 선도자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변 주유소 간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 편익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석유유통시장 전체에 미치는 알뜰주유소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는 외면한 채, 알뜰주유소 가격이 인근 일반주유소에 비해 크게 저렴하지 않다며 알뜰주유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인근의 일반주유소의 기름값과 큰 차이가 없어 그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그 논리적 타당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알뜰주유소가 추진한 기름값 인하노력이 시장 내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일반주유소들과 가격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이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던 일반주유소들 역시 결국 기름값 인하에 동참하게 되면서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기름값 차이가 다시 좁혀지게 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업자로 구성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익을 누려왔던 관련업계 이해관계자 들에게 알뜰주유소의 등장이 반가웠을 리 없다.
 막강한 자본과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던 기존정유사들은 처음에는 알뜰 주유소사업을 애써 무시하더니 알뜰주유소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를 견제하기 시작하였고, 알뜰주유소가 전체주유소 중 약 10%의 점유율을 확보한 지금에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에 열중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동질적인 참여자가 있을 때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참여자가 존재할 때 시장 내 경쟁유인은 더욱 커지게 되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효용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귀속되게 된다. 

 알뜰주유소사업은, 주유소 판매유가를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오피넷(Opinet)과 함께 지난 10년간의 정부가 추진한 정책사업 중 보기 드물게 선명한 성과가 드러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알뜰주유소가 해당 지역에서의 가격결정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왔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공급자간 가격경쟁을 유발하여 기름값의 인하라는 궁극적 편익을 국민들에게 제공하여 온 사실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한국석유공사는 그간 알뜰주유소 사업의 양적성장에 더하여 제품의 품질관리, 인구밀집지역에서 알뜰주유소에 대한 접근성 강화 등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는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리 정부정책에 기반하여 추진되는 알뜰주유소 사업이라 할지라도 적정한 품질과 서비스제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유소에 굳이 발품까지 들여가며 찾아갈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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