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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을 만나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정희 위덕대 교수
2017년 05월 14일 (일) 18:08:48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대학교에 있으면서 자신의 대학시절과 지금의 대학생들을 자주 비교해 본다. 불과 30여 년 전의 일인데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게 변했다. 당시 대학은 나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 후부터 자칭 지적쾌락주의자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 권력으로서의 대학이 몰락의 위기에 놓여있다. 그동안 사회적인 지식의 습득 구조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그래서 대학이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나가 현실적으로 큰 화두가 되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대학 4년간의 시간은 큰 의미를 지닌다. 대학 시절에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독서였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조리 다 읽어버리자 라는 얼토당토 않는 목표를 정해 놓고 책을 읽었다.

 지금 내 안에서 끄집어내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들도 대부분 대학시절에 읽었던 소설에서 만난 주인공들이다. 1980년대에 나온 소설들은 거의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당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이문열 작가나 이청준 작가의 작품들은 모조리 읽었다.

 오늘 만나게 될 주인공은 1987년에 발표한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의 영웅들이다. 이문열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비교적 쉽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중인물 한병태는 입시학원 선생이다. 어렸을 때는 공부도 잘하고 재주가 많아 나름 장래가 촉망 되었으나,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내는 40대 중년이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대기업에 취업해서 번창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어떤 동창은 부동산에 손을 대 부자가 되어 건물 임대료만으로 골프장을 드나들기도 하고, 군인이 될 줄 알았던 동창이 난데없이 중앙 부처의 괜찮은 직급에 앉아 있고, 재수해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던 한 친구는 어물쩍 미국으로 유학 가서 박사학위를 받아와 교수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갑을 차고 경찰에게 끌려가는 엄석대라는 친구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30여 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를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에서 아버지의 전근으로 시골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공부도 잘했고 미술분야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고 집안도 좋고 해서 시골로 전학가면 자신이 최고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품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담임선생님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아이들이 영웅처럼 떠받는 반장 엄석대가 있었다.

 엄석대는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 크기만큼 키가 컸고 힘도 세서 학급 아이들은 엄석대의 말에 꼼짝 못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엄석대는 전교 1등으로 학급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석대는 선생님 몰래 우등생들의 시험지와 자신의 시험지 이름을 바꾸라고 협박을 해 점수를 잘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리를 안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도전하기 시작했고 선생님한테도 이 사실을 알렸으나 모두 엄석대 편에 서서, 불량한 아이로 찍혀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결국 엄석대에게 복종하게 되고 그의 보호를 받으면서 편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6학년 때 새로 부임해온 담임선생님이 엄석대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학생들에게 학급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대해 올바른 마음을 갖도록 해서 서서히 엄석대의 비리가 모두 드러나게 되었다. 엄석대의 자신의 몰락을 인정하지 못하고 학교를 뛰쳐나가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병태는 가끔 엄석대를 떠올릴 때마다 어디선가 틀림없이 다시 급장이 되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석대를 30여년이 지난 어느 날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한병태는 추락한 영웅의 모습 속에서 그에게 복종하고 무력했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허탈해 한다.
 이렇듯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교실이라는 학생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힘과 권력의 관계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1960년대에 양성된 수많은 영웅들이 이제 60대가 되어 2010년대에는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은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살고 있을까.
 유난히 갑과 을로 대별되는 사회 속에서 일그러진 영웅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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