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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시작 단계부터 금속노조가 주도하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시작되는 임금협상이라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다 금속노조의 '일괄 임금 인상안'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 교섭 과정은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과 16일 이틀동안 조선 및 비조선부문 대의원을 상대로 올해 임금요구안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다.
 이후 오는 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요구안을 결정지은 뒤 이를 회사측에 전달하고, 올해 임금협상을 본격 시작한다.
 특히 올해 임금협상은 시작부터 금속노조가 교섭을 주도한다.
 금속노조의 교섭 주도는 현대중공업 노조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는 지난해 말 임단협이 지지부진하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의 주도권을 쥔 만큼 임금인상안도 일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속노조는 이미 월 기본급 15만4,833원 인상안을 확정지었고, 이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지엠에 적용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최근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금속노조의 이 같은 임근인상안을 언급하면서 일괄 적용을 암시하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금속노조는 지난 3월 2일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올해 임금 인상요구안을 월 기본급 15만4,833원으로 확정하고 금속사용자협의회 등에 이 요구안을 전달했다"며 "또 업종별 별도요구안도 제출했는데 조선업종은 조선소 총고용보장, 조합과 합의없는 분할매각·분사·아웃소싱 반대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만약 노조가 금속노조의 인상요구안을 그대로 사측에 요구할 경우 교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마당에 현대중공업이 자동차 회사들과 동일한 임금인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공업은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조정과 호봉승급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임금 동결을 제시한 바 있다.
 중공업 관계자는 "사장단과 임원, 부서장들까지 급여 중 일부를 반납하고 있는데 금속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은 수용할 여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지난해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하는데 대한 반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지난해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아 성과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사실상 생활고를 겪고 있다"며 "지난해 임단협에 대한 회사 제시안을 일단 받아들이고 이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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