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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우기(雨期) 전에 복구공사를 완료해 2차 피해를 예방하겠습니다." 울산에 사상 최악의 수해를 입힌 지난해 태풍 '차바' 피해현장 복구를 차질 없이 끝내겠다고 울산시가 올해초 시민에게 한 약속이다. 하지만 울산시의 이 공언(公言)은 빌 공자 공언(空言)이 됐다. 태풍이 할퀴고 간 지 7개월이 지났는데도 물난리에 무너지고 끊긴 하천제방과 도로, 농업시설 등 공공시설 10곳 중 절반은 아직 복구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공공시설 피해현장 총 896곳 중 현재까지 복구공사를 완료한 곳은 전체의 52%인 465곳에 불과하다. 울산 5개 구·군 중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남구(86곳)와 동구(5곳)의 수해 복구는 완료했지만, 문제는 피해가 집중된 울주군과 북구, 중구의 복구는 하세월이다. 특히 울주군이 걱정이다. 수해현장이 울산 전체 공공시설 피해의 67%인 600곳에 달하는 울주군의 복구 완료율은 45%(271곳)에 그쳐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우기 공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공시설 중 지방하천 108곳의 복구는 이제 시작단계이고, 모내기철로 접어든 농업기반시설 254곳의 피해복구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농촌지역에 피해가 쏠린 북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피해현장 118곳 중 지금까지 절반에도 못미치는 54곳(45.7%)만 복구를 끝낸 상태다. 중구도 모두 87곳 중 50곳(57.4%)의 복구를 완료했지만 나머지 현장 복구는 우기 이후로 넘겨야 하는 처지다.

각 구·군의 비교적 소규모 피해현장 복구가 이처럼 차질을 빚으면서 덩달아 대형 공구공사도 예산확보 늑장과 고무줄 행정절차 등으로 착공을 연말로 미뤄야 하는 처지다. 사업비가 10억 넘게 드는 울주군 보은천과 북구 신명천 복구를 비롯해 점촌교와 통천교 재건설 등 8개 공사는 착공은 커녕 아직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엄청난 자연재난을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복구공사마저도 우왕좌왕하는 울산시에 시민의 안전을 맡겨도 좋을 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태풍 '차바' 피해 복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대형공사를 제외한 모든 공공시설 복구는 우기 이전인 6월까지 완료하겠다고 한 약속은 이미 물 건너 간 셈이다. 그런데도 울산시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풍수해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한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은 주인장이 또 소를 기르겠다고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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