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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주회사들은 서민들의 이 같은 소박한 바램마저도 뭉개고 있다. 진로가 지난 8월 소주 알코올 도수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20도를 깬 19.8도짜리 신제품을 출시한 지 3개월만에 무려 3도 가까이 낮아진 초저도 소주를 출시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소주 업계의 도수 낮추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의 대선주조와 마산의 (주)무학이 8일 동시에 초저도 소주 발표회를 가졌다. 먼저 대선주조가 이달 중 16.9도 신제품 소주 '씨유(CYOU)'를 출시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출시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소주를 처음 접하는 20대 젊은 층의 감성에 맞추었다는 것에서부터, 숙취를 유발할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해 소주 본래의 깔끔한 뒷맛을 극대화했다고 자랑이다. 이에 맞서는 무학의 선전문구도 가히 언어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세초음파를 통해 알코올 분자를 분해하는 초음파 진동공법을 도입해 장기간 자연 숙성시켰다"는 둥 과학경연대회에서나 봄직한 문구들로 가득 차 있다. 말의 유희, 언어인플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소주 값을 얼마 내렸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기존 소주보다 몇 십 원 내렸다 치자, 식당이나 포장마차에서 그만큼 내려 받겠는가. 그래도 소비자들이 마시는 소주 한 병은 여전히 3000원이다. 비워지는 소주병이 늘어날수록 안주도 덩달아 많이 먹게 되면, 결국 죽어나는 것은 빠듯한 주머니다. 소주도 마음대로 못 마실 세상이 그저 수수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