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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에 올해 들어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수주가 잇따르면서 시황 반전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유조선시장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경우 올해 1~4월 39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이 중 원유운반선(13척), 석유제품선(18척) 등 유조선 수주는 31척으로 전체 수주실적의 80%에 달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프론트라인으로부터 VLCC 4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한데 이어 스위스 트라피구라와 22척(옵션 10척 포함)에 달하는 유조선 수주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그리스 마란탱커스로부터 3척의 VLCC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7월까지 현대상선과 10척(옵션 5척 포함)의 VLCC 수주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삼성중공업도 캐피탈마리타임과 8척(옵션 4척 포함)에 대한 의향서를 체결해 올해 첫 VLCC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서는 올해 지난 12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원유운반선 55척을 비롯해 총 83척의 유조선이 발주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벌크선 30척, 가스선 12척, 컨테이너선은 11척 발주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유조선 발주는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같은 유조선 수주 증가는 저유가 현상과 관계가 깊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늘면서 원유 운송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등 동남아 지역의 정유공장 신설도 한몫했다. 선박이 대형화될수록 운송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글로벌 오일메이저를 중심으로 VLCC 등 대형 유조선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늘어나는 발주량에 비해 선가는 대폭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주되고 있는 VLCC의 신조선가를 8,00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기였던 2009년 1억5,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지난해 극심했던 수주가뭄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조선 발주 증가가 반가운 소식이나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유조선 대형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해상 물동량 확보를 위해 벌어졌던 컨테이너선 대형화 경쟁이 유조선으로 옮겨온 모양새"라면서도 "하지만 유조선시장도 벌크선, 컨테이너선과 같이 의미 있는 수준의 폐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기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업체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주할 경우 저가수주의 저주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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