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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이나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울산지법에서 잇따라 나왔다.
 양심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한다는 사정만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데, 문재인 출범 직후 다른 법원에선 같은 사안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과는 상반된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동식 부장판사)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A(21)씨가 제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같은 이유로 지난해와 올해 2차례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혐의(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각각 300만원의 벌금을 받은 B(27)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대비되는 판결, 혼란 야기
기독교 소수 종파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현역 입역 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다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항소했다.
 또 같은 종교를 가진 B씨는지난해와 올해 2차례 예비군훈련 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 양심에 따라 훈련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거부 사유로 내세운 권리가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나아가 그 권리가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해당된다"면서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 B씨에 대해서는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이 종교적 양심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향토예비군설치법 상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두 판결 모두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지난 12일 서울동부지법이 같은 사안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정이다.
 서울동부지법 재판부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두 피고인에 대해 병역법 제88조에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까지
재판부는 "피고인은 병역 의무를 기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 비추어 이를 대체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며 "국가는 이를 실현할 의무와 권능이 있음에도 외면해 왔고, 국가의 의무 해태로 인한 불이익은 스스로 부담해야지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제도 도입 필요성을 밝힌 입장에 동조한 판결인 셈이다.

 법조계에선 서울동부지법 판결에 대해 지난 2004년 이후 무죄 판결이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를 약속한 문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첫 무죄 판결이라며 주목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울산지법 재판부는 "현재로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입영 거부자에게 형벌을 부과할지, 대체복무를 인정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유보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현역입영을 대체할 특례를 두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만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종교 차별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서울동부지법의 판결과 대치되는 결정을 내렸다.

#국제앰네스티 "최소 397명 수감중"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이들 두 법원의 대비된 판결은 문 대통령의 대체복무제 도입 입장과 맞물리면서 입법화를 통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사회적 논란과 함께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로 최소 397명이 수감돼 있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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