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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영화초·상북유치원 학부모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이 멋진 대사가, 주말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엄마들에겐 예외일 것 같다. 그런 날과는 상관없이 어린 자녀를 둔 집은 주말이 전쟁일 것이다. 엄마들은 개구쟁이를 데리고 집으로부터 탈출해야한다는 막연한 부담감이 있다.

 어디든 나가야되는데 갈 곳은 마땅치 않고 조금 더 교육적 효과가 있는 장소는 없을까?
 2017년 울산 교육청은 책과 함께하는 해로 아이들의 독서함량을 중점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 하고 있다. 하지만 글자가 많아서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고 책에 관심 없는 아이라면 무작정 책읽기를 시도해도 재미는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 나는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 전시회에 다녀왔다.
 앤서니 브라운은 유아들이 있는 가정엔 한 권 쯤은 소장하고 있는 유명한 영국의 동화 작가로 <우리 아빠가 최고야>, <우리 친구하자>, <고릴라>등을 그렸다. 앤서니의 동화는 가족의 따뜻함이 묻어있고 소외된 이웃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아이들이 읽기에 유익하고 그림도 포근하고 따사로워 아이들이 좋아한다.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연도별로 각 그림 작품이 전시되었고, 이야기의 주제에 따라 벽 칼라가 다르게 연출되었다. 그리고 그림 속에서 깨알 같은 숨은 그림이 들어있어 아이들은 더 그림에 집중하며 숨은 그림찾기를 재미있어했다. 그냥 스치듯 봤던 그림에 생명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앤서니 작가의 그림책은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라는 동물로 표현한 것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고릴라가 끌고 다니는 애완견은 사람으로 표현되고 회전목마는 동물들이 타고 목마는 사람으로 표현되는 그런 다른 시각에서 보는 그림들이 기발하였다.
 특히 그림책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주인공의 침대방은 성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갖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게끔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게 하였다.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아이들의 자발적 독서를 유도하며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되찾아주는 그야말로 행복한 그림전시회이다.

 책읽기에 흥미가 없는 아이라면 한번쯤 이런 책속의 그림들을 전시하는 곳도 찾으면 아이의 독서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초등학생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해설사의 설명을 정말 열심히 잘 듣는 모습들이 귀여워 흐뭇한 엄마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작가가 그린 그림은 그 속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생각들이 숨어있어서 숨은 의도를 찾는 재미도 있고 아이에겐 그림을 보며 관찰력을 키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책을 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또한 그림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한다면 독서에 관심있는 아이들로 변화될 수 있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독서의 방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책에 관심 있는 아이로 점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림으로 먼저 관심을 끌게 하는 것! 이것도 책과 친해지는 첫걸음이 아닐런지! 책 친구는 그 어떤 친구보다 지혜롭고 힘이 있으며 동서고금을 넘나들 수 있는 평생 친구이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책 친구와 함께해서 좋았다 말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오늘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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