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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환 중구 선관위 홍보주임

작년 연말부터 얼마 전인 올해 5월 초까지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디게 흘러간 시간이었다. 대통령이 없는 상황은 국민 모두가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서는 갑자기 들이닥친 선거를 짧은 시간 안에 치러내야만 하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다.
 절차사무 하나하나가 더욱 조심스러운 선거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선거 또한 빛나는 시민의식에 힘입어 별다른 문제없이 공정하게 치러졌다. 특히 이번 선거는 뜨거운 투표참여 열기와 정책선거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인해 한층 성숙해진 선거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깃발이 다시 청와대에 걸리고, 한때 광장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선거가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지금도 여전히 선거를 치르는 중이다. 선거가 끝났는데 선거를 치르는 중이라니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선거가 끝나고도 우리의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역시 선거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한 각종 선거물품 정비와 비용 정산이다. 이번 선거를 위해 쓰인 수많은 사전투표 장비와 투표함, 기표대, 투표지분류기, 심사계수기 등은 모두 다음 선거에서도 사용해야 하는 장비이자 소중한 국가의 자산이므로, 하나도 빠짐없이 수거하여 하나하나 살피고 정비하여 일정한 장소에 보관하게 된다. 그리고 선거기간 동안 선거를 위해 수고해주신 수많은 투표사무원 및 개표사무원, 투표참관인 및 개표참관인들에게 수당을 지급한다. 투표와 개표를 위해 사용한 전기, 수도, 통신요금과 각종 공보물의 발송에 들어간 우편요금 또한 선거일 후에 정산하게 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은 선거비용 보전이다. 선거비용 보전대상에 해당하는 후보자 또는 정당이 오는 5월 29일까지 선거비용 보전을 신청하면, 그 내역을 검토하여 늦어도 7월 18일까지는 선거비용을 보전하게 된다. 공직선거법 122조의 2에서는 후보자가 선거에 출마하여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하면, 그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하여 지출한 선거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여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이 비용을 보전해주어 참신한 정책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선거에 출마하여 공무담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선거비용 보전은 우리 모두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전하기에 앞서 후보자가 청구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거친 후에 실제 선거비용으로 인정되는 만큼만 지급하게 된다.

 정치자금 회계보고 또한 선거가 끝나고 나면 꼭 거쳐야만 하는 절차이다. 후보자의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 등에서는 정치자금법에 의거하여 선거일 후 40일이 되는 오는 6월 19일까지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관할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정치자금 회계보고는 정치자금법 1조에서 규정하듯,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서술한 큰 줄기들이 모두 마무리되고 나면, 계절은 어느새 뜨거운 햇빛이 종일 청사를 달구는 한여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올해의 절반은 각종 내부평가와 교육 등을 거치며 전열을 재정비하여, 어쩌면 국민투표와 함께 실시할 지도 모르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시작할 것이다.

 칼바람이 수많은 촛불 사이를 가르고 다니던 엄혹한 계절에서 목련, 매화, 벚꽃을 지나 새빨간 장미가 필 때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우리는 역사에 남을 암흑과도 같은 시간을 지나왔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무사히 마무리된 지금, 선거 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앙금은 기억의 건너편으로 넘겨두고, 모두가 하나 되어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따뜻하고 찬란한 계절을 맞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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