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두은 취재본부장

나는 답답할 때 산을 오른다.
 오르는 길이 험난할수록 정상에 올랐을 때 마음이 상쾌해지고 확 트인 시야가 머리를 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산을 찾는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들이 2016년 임·단협 장기화로 인한 답답한 마음을 움켜쥐고 울산 시의회 옥상에 올랐다고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노사 간의 분쟁을 밖으로까지 끌고 나와 호소하고 있겠는가는 안타까움이 들었지만, 이내 대기업 노조의 욕심이 마음에 걸렸다.

 노조의 주장은 이렇다.
 회사가 5분기 연속 흑자로 2조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지난 1월 제시한 기본급 20% 삭감과 상여금 분할을 끝까지 고집하고 조합원들의 고통분담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회사가 참 부도덕하다. 그렇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른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불황 타개를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경영개선활동을 펼쳤다.
 임원들은 이미 3년째 20~50% 급여를 반납하고 수천명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러한 고통 분담과 희생 덕분에 실적은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노동조합은 마치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사실 지금까지의 희생은 조합원이 아닌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몫이었다.
 근무시간이 줄어 임금 손실이 있는 건 맞지만, 일을 안 했으니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노조가 주장하는 2조2,000억원이라는 숫자는 현대중공업의 영업실적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 등 실적 좋은 계열사로 인한 것이었다.

 지난 1월 회사가 제시한 내용을 보면, 오히려 불황에 빠진 기업의 제시안이 맞나 싶었다.
 △고정연장 폐지 등에 따른 기본급 10만원 인상 △상여금 800% 전액 통상임금 산입 △성과금 185% → 230% 상향 등 동종사 최고 수준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월부터 순환무급휴직을 진행하고, 4월부터는 전 직원이 임금 10%~15%를 반납하는 것과 극명한 차이였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8월부터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15~20%를 반납 중이며, 대리 이하는 10% 반납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일감 부족으로 도크 2개를 중단했고, 6월이면 군산 도크 1개를 추가로 중단할 예정이다. 엔진공장은 벌써 유휴인력이 발생해 교육과 휴업 중이고, 해양공장은 2년반째 수주를 못해 하반기에는 유휴인력이 넘쳐난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 임단협의 쟁점사항은 '생존을 위한 고통분담'이라고 한다.
 기득권 저하는 있을 수 없다는 노동조합의 입장도 이해된다.
 급여가 줄어들면서 당장 가계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회사의 생존과 고용안정이 우선이 아닐까.

 또 회사가 기본급 반납분에 대해서는 이익실현이 되면 돌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는데 주머니가 잠깐 쪼그라드는 것을 도저히 수용 못한다고 고집하는 것이 바로 대기업 노조의 탐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산업에 다시 과거와 같은 호황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누구나 어려운 시절엔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렇다면 이제는 느슨했던 허리띠를 졸라매는 절약정신도 필요한 때다. 단식하고 점거 농성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연봉 6~7,000만원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청소 노동자, 마트 계산원처럼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자세로 다시 한 번 고민해보길 진정으로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