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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 박맹우(울산 남구을) 사무총장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의 '조용한 정치'를 접고 새 정부와 여당 '저격수'로 전면에 나선 것도 그렇고, 전당대회준비위원장직을 고사한 것도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박 사무총장의 최근 스타일 변화는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제 막 재선을 한 정치 경력으로 전대에 나서기에는 성급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회 진출 전 이미 울산시장 3선이라는 관록을 쌓았기 때문에 '3선 광역단체장 출신 재선 의원' 만으로도 당 지도부의 자질과 능력은 충분하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판단이다.

 박 사무총장의 최근 행보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새 정부와 여당을 향한 거침 없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서부터 업무 스타일, 이낙연 총리후보자 인선에 이르기까지 발언의 폭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 총장이 가장 먼저 문제삼은 것은 문 대통령의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공약이다.
 그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즉흥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위험한 정책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운을 뗀 뒤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엄청난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어 "만약 지금 중단하게 되면 이미 집행된 1조5,000억 원과 계약해지 비용 1조원 등 총 2조5,000억 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하고, 사업 중단으로 인한 각종 민원과 관련 업계의 피해, 일자리 상실 등 막대한 피해(약 6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대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1조5,000억 원이나 집행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사업이 어떻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중단될 수가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혀를 찼다.
 박 총장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화와 4대강 보 상시개장 등에 대해서는 즉흥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박 총장은 또 지난달 29일 열린 지도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선 문 대통령의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현황판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그는 "한 마디로 보여주기식, 권위주의적 숫자 행정의 전형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상황판을 들여다보고 숫자만 세고 있으면, 공무원들은 그 숫자의 노예가 되고 기업에는 커다란 정치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박 총장은 지난달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절차를 앞두고서도 새 정부 인사 문제를 겨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막아야 한다"며 "오만한 대통령에게 경종을 울리고 국회에 야당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지명철회 대상으로 지목하고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옳은 소리는 다 하고 남을 질책하던 김 후보자가 세상의 더러운 일은 다 저지르고 다녔다. 이래놓고 공정거래를 하겠느냐"며 "2명을 우선 철회하거나 아니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정부와 여당을 향한 박 총장의 연일 계속된 강성 발언과 함께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선임을 보류했다는 점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전대준비위원장직 고사 의사를 표명한 이후 아직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전대 출마를 놓고 잠행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총장은 전대 출마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여러가지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고, 지명직 최고위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하더라도 지명직을 해서야 되겠는가"라며 우회적으로 심중을 드러내며 전대 출마에 무게감을 실었다.

 현재까지 당내에선 비박계인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전대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친박 쪽에선 이렇다할 후보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도 박 총장의 출마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장이 친박계의 대표주자로 나설 경우, 홍 전 도지사와 경쟁구도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지역정가 유력인사의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합리적인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박 총장이 전대를 통해 당 지도부 진출에 성공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부활을 노리는 한국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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