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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학수 문수실버복지관장

2006년 UN에서는 6월 15일을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로 정하고 노인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정 노인복지법이 시행되는 올해부터 6월 15일을'노인 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그리고 제1회 노인 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6월 한 달간 노인 학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노인 학대는 어느 정도 수준이기에 이런 날까지 제정이 된 걸까. 이렇게 보면 노인 학대에 대한 무관심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15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의 노인 학대 신고는 총 11,905건으로 전년 대비 12.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노인 학대로 최종 판정된 사례는 3,818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8.1% 증가했다.
 학대 유형으로 정서적 학대(37.9%), 신체적 학대(25.9%), 방임(14.9%) 순으로 나타났고, 학대행위자는 아들(36.1%),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순이며, 친족에 의한 학대가 69.6%나 된다.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고령자를 폭행하는 노노(老老)학대가 12.8%나 증가하고 특히 고령 배우자에 의한 학대도 상당수로 나타났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배우자와의 삶의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고령 부부간의 갈등이나 고령 자녀들의 부양부담 등이 원인이 되어 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대 사례 중에서도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건수는 707건, 비신고의무자에 의한 건수는 3,111건이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가정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는 생각으로 대부분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또 이런 노인 학대 사건을 전담할 인력도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사건에는 모두가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며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노인 학대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있으나 부모를 모시는 자식은 없다는 말인가?

 이처럼 노인 학대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을 정도로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건을 찾아내기도 힘들지만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근본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가족 간의 갈등 등 문제가 남아있는 한 학대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40대 아들이 돈을 주지 않는다며 70대 부친을 때리고 괴롭혔다.  경찰이 출동했고 아들이 붙잡혀 갔지만 부친은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아들이 일을 하지 않아서 벌금이라도 나온다면 이 역시 부친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가정보호사건으로 넘기고 아들의 취업을 돕기로 했다고 한다. 학대받는 노인 보호를 위한 지원과 함께 가해자 관리도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금년 12월 30일부터 노인 학대 예방과 조기발견, 학대행위자의 처벌 강화 등 개정된 노인복지법이 시행된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노인 학대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와 노인 학대 관련 범죄자의 노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 등의 개정안도 조속히 처리될 수 있으리라 본다.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005년 이후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00세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달려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학대 문제는 고통 받고 있는 일부 노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며 곧 닥칠지도 모를 '나'의 미래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사람이 태어나서 늙어가는 것을 어찌 할 수 없으니 우리는 늙어서도 인간답게, 아름답게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노인 학대는 이 인간다울 수 있는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는 행위이다.
 노인 학대를 단순한 집안문제로만 보지 말고 가족과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다가간다면 더이상 노인 학대가 없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을 보는 마음으로 노인들을 따뜻하게 바라봐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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