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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온산공단 하늘이 며칠 동안 불바다가 됐다. 대한유화 온산공장 리벰핑(개조) 공사와 정기보수 이후 정상 가동이 지연되면서 온통 벌건 불빛이 하늘을 뒤덮었다. 이 때문에 울산소방본부에는 폭발이나 산불을 우려한 신고가 쇄도했다. 이 공장은 에틸렌 생산설비를 연간 47만t에서 80만t으로 늘리는 설비 공사와 정기보수를 지난 5일 마무리하고 이튿날부터 시운전에 들어갔다.

문제는 시운전 과정에서 불완전연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틸렌 생산을 위한 나프타 액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불완전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 불완전 제품을 태워 버리면서 심야에 공장 굴뚝서 불이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불완전 제품을 태우기 위한 대형 보일러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소음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가스 냄새 등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인근 60가구 정도가 사는 거남마을의 한 주민은 "새벽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잠에서 깰 정도다"며 "언제까지 소음이 계속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지자체와 유관기관에 사전 통보했고, 안전 기준을 지키면서 시운전 중이어서 사고 위험은 크지 않다"며 "주민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기술적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주장과는 달리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새벽까지 온산공단 하늘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자 시민들은 출근길에 소방서에 문의전화를 하고 폭발 유무를 확인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오전에는 상당수의 새벽 출근자들이 온산소방서 등에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언론사에 제보전화를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처럼 시가지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는 공정을 하면서 관련기관에 통보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다. 불완전 연소가 가져올 가시적인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시민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통보했고 위험이 없으니 괜찮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울산시민들은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의 각종 폭발사고에 예민해져 있다. 툭하면 터지는 사고 때문에 불안감도 높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발방지와 미숙한 처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밤새도록 벌겋게 달아오른 하늘을 보고 불안감에 잠 못 이룬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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