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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풍 차바의 피해가 하늘의 뜻이라는 결론으로 방점을 찍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국방재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 자난해 태풍 '차바'로 울산시 중구 태화동 일원에 발생한 침수피해는 기록적인 호우가 직접적인 원인일 뿐, 울산혁신도시의 영향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는 인근 울산혁신도시의 부실한 재해방지 시설과 대책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민들의 주장과 배치된다.

무엇보다 피해지역의 경우 혁신도시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 집중호우와 혁신도시 조성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집중호우와 태풍 등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사실을 모른 상황에서 용역 결과를 기다린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번 용역 결과는 주민들의 주장이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감정적인 추론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방재협회 측은 "태풍 차바가 내습한 지난해 10월 5일 총 강우량은 266㎜, 1시간 최대 강수량은 104.2㎜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1시간 기준 약 380년 빈도, 2∼3시간 기준 약 500년 빈도를 초과하는 강수량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울산혁신도시 저류지는 50년 빈도, 태화동 일대 하수관거는 30년 빈도로 각각 설계돼 있다"면서 "침수피해의 직접적 원인은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기록적인 호우의 발생"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울산혁신도시 추진 당시(2010년) 기준인 우정혁신도시 개발사업 재해영향 저감방안을 검토한 결과, 설계 기준 강우(50년 빈도)에 대해서는 혁신도시의 개발에 따른 홍수량 증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울산시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이나 중구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 등을 통해 태화동 일원 침수 위험성이 지속해서 제기됐으나 배수로 신설, 관로 증설, 빗물펌프장 신설 등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기록적인 호우로 물난리가 났을 뿐, 혁신도시 재해 시설과 대책은 기준에 부합하도록 갖춰졌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LH가 태화동보다 지대가 높은 함월산 중턱을 깎아 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빗물 저장소를 부실하게 조성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저장소가 부실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았다. 갈등만 더 부추긴 용역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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