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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는 동구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표심이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는 곳이다. 국내 최대 단일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들이 밀집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다. 이 때문에 북구는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지역이다.



진보정치 1번지 명성에도 보수지지층 탄탄
박 전대통령 탄핵 후 민주당 제3 세력 부상
文 후보 울산 최고 득표율 표심 변화 뚜렷
기존 5개 정당에 새 진보정당 등 가세 경쟁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수진영이 영 맥을 못추는 곳도 아니다. 노동자층이 바닥 민심을 깐 불리한 형세 속에서도 보수진영도 나름의 탄탄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역대 선거에서 결코 진보에 밀리지 않는 결과를 냈었다.

 역대 5번의 구청장선거에선 2번 승리에 그친 보수에 비해 진보가 3번 이기며 일단 우위를 점했으나 역대 총선 결과는 이와는 정반대다. 재선거 2번을 포함해 모두 7번 치러진 역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금배지를 4번 거머쥔 보수가 3번에 그친 진보를 누르는 결과는 낳았다.

 현재의 북구 형세도 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천동 구청장이 앉아 있고, 국회의원은 진보진영의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차지하면서 양 진영이 균형을 이룬 상태다. 북구는 이처럼 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제3의 정치세력이 낄 여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와해 조짐을 보이던 보수 지지층은 지난달 제19대 대선을 계기로 사실상 붕괴된 상태나 다름 없다.
 자유한국당과 진보정당의 중간지대 쯤에 있던 더불어 민주당이 이번 북구 대선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변화다.

 따라서 내년 북구청장선거는 수성을 노리는 보수진영 후보에 맞서 3~4명의 진보진영 후보가 도전하는 다자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선거에서 보수진영에 대한 북구의 바닥 표심은 갈수록 옅어지는 반면, 진보 지지층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3년 전인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 북구청장에는 당시 새누리당 박천동, 새천년민주연합 김재근, 통합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출마해 3자 대결을 벌인 결과, 44.94%을 득표한 박천동 현 구청장이 43.06%의 득표율을 기록한 윤 후보를 북과 1.99% 포인트 차로 제치고 어렵게 당선됐다.

 만약 새민연의 김 후보(득표율 11.99%)가 출마하지 않았거나 진보 후보단일화를 이뤘더라면  결과는 달라졌겠지만, 당시만 해도 북구의 표심은 진영 간 쏠림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랬던 것이 보수와 진보 후보가 진검 승부를 펼친 지난해 4월 총선에선 진보의 단일후보로 무소속 출마한 윤종오 현 의원이 61.4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8.50%에 그친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는 이변 아닌 이변을 낳았다.

 무엇보다 북구의 변화된 표심을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대선이었다.
 울산에서 가장 높은 81.2%의 투표율을 보인 북구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42.5%라는 울산 최고의 표심을 몰아주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1.7% 득표에 그쳤고, 나머지 후보 3명의 득표율도 16.4%~8.2%에 머물머 북구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는 4년 전 제18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53.76%, 문 대통령은 45.75%를 득표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북구의 표심 변화다.

 민주당의 입장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북구에서 잡은 이번 기회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가는 게 지상 목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나뉜 보수진영은 보수 적통을 놓고 북구에서 양보 없는 대결을 준비 중이다.
 정의당과 노동당, 9월 창당을 앞둔 새 진보정당은 '진보정치 1번지' 북구에서 진보진영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일전 태세에 들어갔다. 또 국민의당도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의 교두보를 북구에서 확보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처럼 진보진영의 각 정당들이 북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공략에 나서고 있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각 정당 출마예상자로는 민주당에선 참여정부 때 울산시당 위원장을 지낸 이상헌 북구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당에선 박천동 현 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한 것을 비롯해 정치락 시의원과 이수선 전 북구의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민의당에서 김재근 전 북구의회 부의장이 재도전을 준비 중이고, 바른정당에선 강석구 전 구청장이, 정의당에선 김진영 시당위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또 오는 9월 창당 예정인 (가칭)새 진보정당에선 안승찬·강진희·윤치용 구의원과 현대차 노조 위원장 출신 1명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밖에 5월 대선 때 문재인 캠프를 지원한 이경훈 전 현대차 노조 위원장은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북구청장선거의 이슈로는 노사문화 안정과 산업단지 활성화, 정주여건 개선, 강동권개발, 동해남부선 철도 폐선부지 활용 등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환기자 cs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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