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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먹거리의 대반란이 시작되는가? 우리는 오늘날 먹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예전에는 절대적인 먹거리가 부족하여 어떻게 하면 배를 채울 것 인지에 골몰하다가 기업적대규모 생산시스템이 개발되면서부터 어느 정도 먹는 걱정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적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8억 5천만명으로 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참상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다. 반면 비만 인구가 16억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이 지구의 슬픈 아이러니다.
 비만인구가 늘어난 것은 육식문화와 인스턴트 음식 덕분이다. 외식의 90%가 육식으로 이루어지고 트랜스 지방으로 뭉쳐진 패스트푸드의 등장과 소비는 식생활의 일대변화를 가져와 사람의 체질과 체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폭력성까지 유발시킨다고 하니 이는 살림의 먹거리가 아니라 죽임의 먹거리다. 이제는 또 AI(조류인플루엔자)발생으로 비상이 걸렸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만 대책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무력감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TV에서 나오는 조류독감의 방제 작업은 끔찍하다. 수만마리의 닭과 오리들은 포대에 담겨 여러 겹의 비닐이 깔린 구덩이에 던져지고 주변에 사는 가축들까지 모두 땅에 묻고 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그런데 이 장면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양계장의 모습은 좁디좁은 철장에 움직일 틈도 없이 닭을 넣어 놓고 빠른 성장을 위해 계속적으로 인공사료와 항생제를 먹이고 있다. 닭의 온몸에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닭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질병에 면역력 없는 닭들이 힘없이 조류독감에 감염되고 순식간에 대규모로 전염되어 버린 것이다.
 대단위 도살과 매몰이 이루어지고 한쪽에선 시식을 한다며 진풍경을 연출하는 광경을 보면서 먹거리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무감각을 동시에 본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로 먹거리가 철저히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되어 집단사육과 인공적인 속성재배가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성찰을 본격적으로 하여야 한다. 그나마 조금씩 친환경 농법, 자연주의적으로 가축들을 키우려고 하는 시도들이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접근하기에는 소규모이다.
 특히 농업기반들이 사라지고 경제논리에 의한 시장주의가 팽배하면서 먹는 것도 대기업의 입맛에 길들여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먹는 것을 제대로 선택하는 것도 큰 투쟁이 되어 버렸다.
 이미 우리의 밥상이 러시아산 생선에 중국산 나물에 태국산 향료 등으로 국제화 되어버린 마당에 우리의 것만 고집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기준은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업이나 먹거리 생산체제에 대한 생색내기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체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육식의 과다섭취로 체격이 커지기는 했지만 온갖 화학물질과 항생제 범벅인 먹거리에 노출되어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어떠한 재앙이 닥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은 가축들이 죽어나가지만 사람이 맥없이 쓰러질 수 있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먹거리에 대한 인식전환이 없이는 먹는 것이 곧 고통이 될 수 있다.
 웰빙은 고급스럽고 야단스러운 인위적인 창조가 아닌 소박한 밥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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