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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구영초등학교 학생들.
#한 권의 책 곱씹으며 생각하는 힘 키우기
'슬로리딩'은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깊이 있게 읽는 독서법이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으면 실제로 열 권, 스무 권을 읽은 것 못지않게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천천히, 하나하나 곱씹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며 내 것으로 만든 지식을 갖게 되면 그것을 통해 미처 다 읽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긴다.
 올해부터 슬로리딩을 학교특색사업으로 집중 운영 중인 구영초등학교(교장 강신현)는 교과와 연계한 통권읽기 지도로 학생들이 천천히 읽고 깊게 생각하며, 깨닫는 힘을 기르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학교 브랜드인 '꼼지락 슬로리딩'은 한 권의 책을 꼼꼼하게 자세히 읽고(꼼), 책속에서 궁금한 것, 알고 싶은 것을 찾아내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결하며(지·知), 배운 것을 다양하게 표현(락·樂)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업이다. 말하자면, 책 내용에 흠뻑 빠져 봄으로써 궁극적으로 핵심역량을 기르고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식있다.

#자기점검 독서전략으로 적극적 참여 유도
구영초가 슬로리딩 책을 선정할 때에는 우선적으로 교과별 성취기준을 분석했다. 성취기준과 연계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국어의 언어적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는 국내 성장 소설책, 인근 도서관에서 선정한 토론 도서, 교과서에 일부 수록된 이야기 등을 참고하여 학년별로 슬로리딩 책을 1권 이상 선정했다.
 또 슬로리딩을 통한 주제통합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학년별로 특색있는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은 가정과 매일 아침 '+20분 책사랑 마음 열기 운동'시간을 이용하여 학생 스스로 자기 점검 독서전략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책읽기에 참여하고 있다. 자기 점검 독서전략이란 잘 모르는 내용이나 단어, 책 내용을 경험해봤던 부분, 더 찾아보고 싶은 내용, 핵심내용 등을 개인 책에 표시하며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 구영초등학교 전경.
#UCC 제작·역할극 등 다양한 활동 연계
슬로리딩 수업이 진행되는 곳의 교실은 학생들의 책 읽는 소리로 가득 찬다.
 전성철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번갈아 가며 소리 내어 읽고, 의미 단위로 끊어서 읽기를 진행했는데, 어느덧 학생들이 실감나게 책 읽기를 한다"며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학생들의 집중력이 좋아짐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6학년 '꼼지락 슬로리딩'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성장 발단 단계를 고려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선정했다. 국어과 성취기준 '(6국01-07)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듣는 태도를 지닌다'와 연계해 호기심 질문을 만들고, 한 인물씩 집중 탐구하여 등장인물 소개와 관계도를 그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질문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학생 스스로 파생 독서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학년 강민석 학생은 "지금까지 책을 그냥 읽기만 했는데, 이렇게 질문을 만들고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니까 책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슬로리딩 책을 통해 배운 것을 자기의 언어와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예컨대 UCC만들기, 노래 만들기, 책 만들기, 역할극 등 학생 스스로 활동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학년별 글쓰기 단계에 맞추어 '구영 꼼지락' 필사 공책을 자체 제작하여 1인 책쓰기 활동을 하고 학년말에 전시할 예정이다.

#1인 책쓰기 전개 학년말에 전시도 예정
구영초는 슬로리딩 수업 외에 1~2학년 대상으로 운영하는 책 읽어주는 부모님, 교사·학생·가족이 함께하는 독서 동아리, 6학년 독서토론 동아리, 책 읽는 화목일을 운영하고 있다.
 책의 날을 맞아 지난 5월 실시한 '도서관 보물찾기'는 학생들에게 도서관과 친해지고,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되어 도서관은 쉬는시간과 점심시간마다 책을 읽기 위해 찾아오는 아이들로 북적된다.
 앞으로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독서퀴즈·골든벨 대회, 낭독·낭송 대회, 한글날 기념 독서 학예행사, 독서기록장 쓰기 대회, 학급 문집 만들기 등 다양한 독서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장수진 담당 교사는 "반복적인 책읽기와 호기심 질문 해결, 주인공의 삶을 엿보고 체험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강화되어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을 함양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현 교장 "삶의 길잡이 되어줄 책읽기, 아이들을 위한 소중한 선물"
배움은 강요해 머리에 구겨 넣는 과정이 아니라 미처 몰랐던 것을 능동적으로 알아 나가는 과정입니다.
 슬로리딩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쏟아 내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의 힘이 길러지는 거죠. 그 결과 슬로리딩을 하는 아이는 독서습관과 독서태도가 달라져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해답을 찾게 됩니다.
 슬로리딩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수직적인 지식 쌓기가 아닌, 수평적으로 다양한 지식을 찾는 것을 즐기면서 '공부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인간'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삶의 길잡이가 되는 책, 책 읽는 것의 재미를 알게 해 주는 그런 소중한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만나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인 허기를 많이 느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아닌가요.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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