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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동이 우리의 식생활을 혼란에 빠뜨렸다. 먹거리 세계화 시대에 중국과 같은 식량수출 대국의 영향은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이에 앞서 미국의 금융 위기 역시 세계의 주가와 환율, 금리와 물가 등에 거의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멜라민 파동과 미국의 금융 위기, 분야는 다르지만 원인과 현상은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


 먼저 두 사건의 원인은 개인과 기업이 이익추구를 앞세운 대신, 윤리와 책임 의식은 망각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중국의 경우 우유생산 업자들이 더 많은 수입을 얻으려 우유에 불법 화학물질을 첨가한 것. 방부제와 과산화수소 등은 유통되는 동안 우유가 상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타고, 지방 함유량이 적게 나올 경우 식물성 오일, 식용유, 심지어는 공업용 오일을 첨가한다는 폭로도 나왔다. 멜라민 첨가 이유는 단백질 함유량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요소비료가 사용된다는 제보도 있다. 결국 기업에 대한 규제 공백 속에서 분유파동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을 비롯해 수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모든 소비자에게 식품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


 미국의 금융 위기 역시 문제가 된 투자은행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위험을 분산시킨 파생상품을 개발했다. 이들 상품은 금융공학이라고 해서, 주가와 원자재 등의 변동에 대한 과학적 통계분석을 바탕으로 했다. 개별 상품은 각각의 현상과 원리를 담고, 이윤 추구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 간에 무차별적으로 연계되는 복잡계가 형성되면서 금융 현상은 은행과 금융전문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미국 정부 역시 연쇄파산의 위험을 간과한 채, 이에 대한 규제 없이 수수방관했다. 일부 금융기업이 분야별 파생상품의 이익 추구에 매달린 결과, 집값의 하락에 따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은행의 부실을 가져왔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추가 재정규모는 무려 7천억 달러에 이른다. 은행과 금융전문가의 잘못된 자금 운용은 고스란히 납세자인 일반 시민의 부담이 됐다.


 다음에 두 사건의 영향은 자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이 감기에 걸리면 이웃 나라는 폐렴에 걸릴 정도로 우리나라와 전 세계로 그 충격을 심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유명 제과는 자사의 인기 제품은 당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식품의약청 조사 결과 멜라민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판기 커피에 사용되는 밀크분말에서도 멜라민이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은 식품의 검사 결과에 따라서 멜라민 오염 제품도 더욱 확대되고, 그에 따른 충격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의 금융위기 역시 우리나라 투자기관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증시에서 약 425억 달러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자본수지가 악화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도 지난 8개월간 115억 달러를 넘어섰다. 외환자금 시장은 심리적 공황상태를 보였고, 환율은 크게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자 물가 상승 및 가처분 소득 저하로 이어진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해 환율상승이 과거와 같이 수출 활성화의 효과를 낳지도 못하므로 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의 생활 수준 하락을 가져온다.


 중국의 멜라민 파동과 미국의 금융 위기, 모두 기업의 무책임한 활동이 가져온 폐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의 경쟁 확대와 기업 활동의 규제 완화 정책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사회의 규제에서 벗어난 기업은 이윤 추구 만능주의 속에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시민의 몫이다. 그런데도 규제완화를 내세워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또 다른 멜라닌 파동과 금융 위기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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