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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의 문명이 울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면 억지주장이라고 웃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현대적 첨단 산업과 신문명은 분명 울산이 주도하고 울산으로부터 전국에 퍼져나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산업 수도'라는 별칭만 보더라도 이설은 없다. 그러나 울산이 울주의 문명발상과 함께 생성됐다는 사실은 울주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증거가 증명해주는 마당이라 울산 문명의 '울주 모태론'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고한 이유수(李有壽) 선생의 '울산향토사연구'에 보면 고려 현종 9년에 언양, 기장, 동래의 3개현을 대단위구역(大單位區域)인 주(州)로 승격했는데 이것이 울주(蔚州)이다.
 삼한시대 때 웅촌지역의 우시산국(于尸山國), 범서 굴화지방의 굴지화국(屈知火國) 2개 국가가 있었는데 모두 지금의 울주군에 터를 두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울주의 울(蔚)이 우시산국(于尸山國)의 우시(于尸)와 일치한다고 했다. 또한 고려 초기 까지 우시산국(于尸山國)의 이름을 계승한 우시산(于尸山)이라는 지명으로 불러졌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울산(蔚山)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15일 울주군이 태화강 발원지인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 가지산 쌀 바위에서 덕현리 일원에 대해서 역사고증작업과 함께 치수와 친수개념이 공존하는 휴식공간으로 정비한다고 밝혀 많은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태화강은 잘 알고 있듯이 '죽음의 강에서 부활의 강'으로 변신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생태적 환경을 유지하면서 생명을 재생한 보기 드물게 성공한 강이다. 이러한 태화강의 발원지를 역사적 고증과 함께 새로이 연구한다는 의미는 생명의 강으로 살아난 의미만큼이나 깊다할 것이다.
 어느 강 할 것 없이 강의 발원지는 대단히 성스러운 곳이다. 심산유곡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모아진 물방울이 거대한 강의 강물이 된다는 경이로움과 함께 함부로 할 수 없는 근원의 엄숙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신성한 곳을 더욱 신성하게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울주군의 의지다.
 태화강 발원지 일대에 대한 고증작업을 거친다면 우선 고대 울산지방의 인류 흐름에 대해서 획기적인 사료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통해 보더라도 강의 유역에는 분명 인류가 발생했고 또한 인간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매김 됐다.
 울산과 언양 지역은 삼한 중 진한(辰韓)부족연맹에 속한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등의 유적을 미루어봐서 신석기 말기나 청동기시대부터 이미 부족사회를 이루고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삼한시대의 본 읍이 바로 언양읍이라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울산의 문명은 울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정체성을 좀 더 정확히 알고 이어가자는 취지로 본다면 울산을 둘러싸고 있는 울주군의 역할은 단순히 지정학적인 것만으로 치부될 수 없다. 또는 하나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역사적 근원을 연찬할 수 있는 본류이다. 비록 결정적인 사료는 없지만 삼국지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변진전(弁辰傳)에서 살펴보면 언양이 삼한지대의 본읍(本邑)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울주군에서 추진하는 이 사업은 하나의 단순한 목적사업이라기보다 울산의 정체성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 바탕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차제에 한마디 하자면 신성한 곳을 사람의 손을 거치는 순간, 신성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일이다. 환경의 훼손도 훼손이지만 정신적인 훼손이 더 큰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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