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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이후 철옹성처럼 강고했던 미국의 백인우월주의가 점차 허물어질 조짐이다. 비록 일반 생활에서는 인종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하더라도 상류층, 소위 지도층으로 진입하는 데는 인종의 벽이 엄존하고 있는 미국이다. 특히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부서에는 백인들이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무너뜨리는 대 파격이 일어나고 현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샛별이라고 했던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대선출마 준비위원회 구성을 발표하고 2008년 대선전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오바마 의원은 내달 10일 에이브러햄 링컨(Lincoln) 전 대통령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대선출마 여부를 저울질해오던 오바마 의원은 '새로운 정치의 기수(旗手)'를 자처하면서 극심한 분열을 겪는 미국 사회의 통합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저서 '희망의 대담함' 등을 통해 '통합과 희망, 낙관의 정치'를 주창해온 오바마 의원은 '낡고 부패한 정치'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신선한 이미지를 확산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의원의 출마는 미국 차기 대선전 구도를 바꾸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바닥 지지율과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승리에 힘입어 8년 만의 정권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의원과 오바마의 불꽃 접전으로 경선전이 펼쳐지게 됐다. 두 사람 중 어느 쪽이 승리하든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또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공화당 경쟁자와도 뚜렷한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두 사람 외에도 이미 대선출마를 선언한 존 에드워즈(Edwards) 전 부통령 후보를 비롯, 앨 고어(Gore) 전 부통령, 존 케리(Kerry) 전 대통령 후보, 조지프 바이든(Biden) 상원 외교위원장 등 8명이 뛰고 있다. 경선 개막전이 될 내년 1월 아이오와주 예비선거까지는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이 갈수록 클린턴과 오바마에 집중되면서, 미 차기 대선전은 백인과 흑인, 여성과 남성 간의 세기(世紀)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워싱턴 포스트(WP)는 17일 전망했다. 두 사람은 같은 민주당 상원의원으로서 대부분의 정책에서 비슷한 성향을 보여 왔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이견을 보여 오고 있는 이들의 진검승부가 벌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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