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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신흥 20개국(G20) 정상이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모였다. 세계 금융위기 타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위기의 원인을 진단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위험관리에 소홀했다. 또한 복잡하고 불투명한 신종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그대로 방치했다. 적절한 구조개혁도 없었다. 한마디로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시민의 실질적 이익을 외면한 채 오로지 자본의 수익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에 문제가 많다는 분석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금융시장 안정 및 실물경제 활성화 방안도 제시됐다. 각국이 여건을 고려해 적절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신흥시장국에 유동성 지원을 하기 위해 IMF 단기유동성 지원제도를 활용하고, 국제 금융기구의 재원 확충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무엇보다도 경기 침체 상황에서 나타나는 소비감소-생산저하-투자부진-실업증가-소득과 소비 감소의 악순환에 주목한다. 이를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를 기반으로 투자와 소비의 증가-생산과 고용의 증가-소득과 소비의 증가를 의도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는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금융시장의 국제적 개혁은 투명성과 책임성의 강화, 정부나 국제 금융기구의 규제와 감독을 통한 금융시장의 신뢰성 제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금융과 파생상품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협력을 통해 IMF와 세계은행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수행해야 한다. G20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자칫 보호주의가 확산될 경우 국제 교역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므로 개방된 시장경제주의라는 기본 원칙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은 분명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정작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규제 수단과 시스템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왜냐하면 국제 금융시장이 사실상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초국가적 감독기구의 설립과 운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반대로 감독기구 창설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로 미국의 정권교체를 들 수 있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 경제의 새 책임자 오바마가 정권을 이양 받은 후에 보다 적극적인 금융개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정상회의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우리도 당당히 세계 경제의 중심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앞선 정부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 노력에 힘입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가 물려준 IMF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남북협력 기조를 갖췄고, 노무현 정부는 1인당 GDP 2만 달러를 달성했다.


 다른 하나는 G20 정상회의에서 제시한 원칙이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금융 규제와 감독의 개선,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등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을 내년 2월 시행할 예정이고, 금산 분리 완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은 물론 이번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서 합의한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 정책이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교정하려는 세계적 흐름과 거슬러 나가지 않도록 정부의 검토와 변화가 요구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 정책과 수도권 규제 완화 등으로 부유층과 수도권을 지원하는데 앞장서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러한 정책은 특히 지역 서민의 가슴 속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의 불에 물이 아니라 기름을 쏟는 격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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