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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하는 짓인지 이해가 안되네. 저렇게 기다리는 시간에 차라리 나가서 돈을 벌겠다"
 새 1만원과 새 1,000원권 앞번호를 교환하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한국은행 본점 앞에서 며칠밤을 지샌다는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때 집사람이 내뱉은 말이다.
 이날 '신권 전쟁'을 연출한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화폐 수집가에서 무직의 30대 남성, 무심코 지나치던 할아버지, 10대의 아르바이트생, 돈을 벌러 왔다는 고시생, 며칠 휴가를 내고 자리를 깔았다는 직장인 등.
 전날 밤부터 종이박스와 신문지로 추위를 이겨내며 밤세워 줄을 서는가 하면, 고성에 몸싸움까지 벌이며 신권을 교환해가는 모습을 보고 기자도 "왜 저럴까"하고 생각했다.
 한국은행 본점 앞에서 3박4일의 노숙도 마다하지 않고, 몸싸움까지 벌이던 사람들의 이상열기는 결국 '대박'을 위한 것이었다.
 새 돈이 발행되자마자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10배, 심하게는 100배의 가격이 제시돼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23일 오후 4시 현재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 입찰자수가 15명으로 가장 많은 1만원권 'CA0002222C'는 현재가가 7만원이다. 주인은 즉시구매가를 본래가치의 100배인 100만원으로 제시했다.1000원권 100장 한다발을 통째로 내놓은 사람도 있다.'DK0020001K'로 7명이 입찰을 했고 현재가격이 50만원이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부터 라면과 물로 떼우며 3박4일 동안 줄서기와 막판 자리다툼을 벌인 대가치고는 초라한 가격표다.
 어찌됐건 헛고생이 될 수도 있을 '신권 전쟁'을 보면서 "참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며칠동안 일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한은 본점 앞에서 대박을 노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대박의 꿈'을 꾸는 사람들 속에서 팍팍한 현실을 확인하게 돼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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