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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구속됐다.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전화를 걸었고, 돈을 받은 혐의다. 죄의 유무는 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노무현 정부는 그 출범 과정에서 기득권 구조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받았다. 우리 정치의 특징인 계보정치에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보 관리를 위한 정치 자금 확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경유착의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집권 초기에는 검찰과의 대화를 통해 크고 작은 문제점이 토론의 소재가 되었다. 검찰과 수사 대상으로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리고 이른바 주요 메이저 신문과 재임기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아주 작은 사건이나 의혹도 크게 보도될 처지였다. 대통령 주변의 몸조심은 당연시됐다. 그래서 항간에는 초기에 측근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궁극적으로 친인척 비리와 같은 부작용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노건평씨는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직접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만났고, 세종캐피탈 쪽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일 경우 다시 권력형 친인척 비리를 보게 된다.


 권력형 친인척 비리가 참여정부에서 없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제인 전기환·경환씨와 처가 쪽이 연관된 사건들을 비롯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 형제 등과 연관된 친인척 비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수십 년째 대통령 친인척 중심의 권력형 비리가 이어지는 이유와 개선 방안을 알아보자.
 첫째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막강한 권력 구조다. 영국의 역사가 액튼 경은 1887년 만델 크레이튼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위인(偉人)은 거의 항상 악인(惡人)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제는 부패하기 쉬운 제도이다. 위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권력의 오남용으로 인해 자칫 본인과 주변인을 악인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OECD 국가 중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는 비교적 소수이다. 미국과 같이 거의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삼권분립과 여야의 견제가 균형을 이루지 않을 경우 성공하기 매우 어려움을 시사한다.


 둘째는 우리 사회의 정책 결정 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주요 기관의 회의 중에는 비공개이거나 또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결정을 내리는 밀실행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회의를 공개하고 기록을 남길 경우 참가자의 책임성도 높아지고, 결정 과정에서 신중해진다. 따라서 가급적 많은 회의에 대해 투명한 공개와 회의록 작성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결과와 이익을 중시하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경쟁 환경이 불법과 탈법적 관행을 유혹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주요 덕담으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등장한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재산의 증식이 생활의 기초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 형성했고, 무엇을 위한 부'라는 과정과 목적이 결여될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약육강식과 배금주의 문화로 흐르게 된다. 치열한 시장 경쟁 과정에서 낙오된 약자의 생존권을 외면할 경우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합법과 준법을 중시한 일반 시민의 기본적 복지를 강화함으로써 건강한 윤리와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권력형 부패와 친인척 비리를 극복하지 않은 채 정치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부패와 비리의 뿌리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 행사, 정책 결정의 밀실 구조와 윤리를 외면한 배금주의 문화의 변화를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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