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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신년특별연설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 성장률을 5% 넘기지 못 할 것이다"고 했듯이, 우리경제 구조가 고도성장을 할 단계는 지났다. 여기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 있다. 값싼 인건비와 조립생산 수준의 기술력으로 이룩했던 산업일수록 더 이상 버텨나갈 재간이 없다. 반도체와 전자 등 극히 일부 산업을 제하고 나면 우리의 주력기업 대부분이 이 범주에 들어있다. 때문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노력 없이는 언제고 시장에서 퇴출될 운명에 놓여 있다. 장치산업과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주를 이루는 울산의 산업구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조선 등 아직은 꽤 잘 나간다는 산업과 관련된 협력업체들도 생산원가를 한 푼이라도 줄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한계에 와 있다. 오직 남들보다 앞선 신기술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조선과 같은 호황업종일수록 더욱 치열하다. 현대중공업이 1,000명이 넘는 연구 인력을 연중 풀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국내 3대 조선소가 나란히 세계 1위에서 3위를 차지하는 조선강국, 한국의 미래가 이들 연구원들에 달려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연구투자 열정이 관련기업과 지역 산업에 동기부여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 울산의 연구개발 붐은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구단지인 대덕연구단지는 물론이고 국내의 유수 연구기관들이 불황 여파로 잇따라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먼저 울산지역 기업들이 운영하는 부설연구소가 최근 5년여간 세 배 가량 늘어났다. 총 157개소에 2,637명의 연구원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0년 이전 53개소에 불과했던 연구소가 해마다 7~23개소씩 늘어나 157개소로 증가했다. 특히 업종별로는 기계와 화학분야가 각각 59개와 48개소로 전체 부설연구소의 68%를 차지하는 등 더욱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향토기업인 삼창기업 (주)엔바로테크의 부설연구소는 액상탄소 나노제조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연구 인력을 50명으로 확충했다. 재벌기업이 아닌 단일 기업으로서 이 정도의 연구원을 확보한 업체는 극히 이례적이다. 게다가 이달 울산지역 100여개 중소 정밀화학업체들이 중심이 돼 대전의 R&D 업체들과 산(産)- 산(産)협력을 맺어 외부 연구 인력의 추가 유입도 기대되고 있다. 기술경쟁력에서의 우위가 곧 생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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