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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책을 맡은 사람이 하는 말들은 거의 대개가 한 시대의 역사성과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명언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외교관이라 하는 유엔사무총장으로 떠나는 반기문 장관에게 쏠린 이목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과연 어떤 말로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떠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그의 입과 행동을 주시하게 했다. 반 장관은 10일 국회에서의 고별 연설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가슴은 한국에, 시야는 세계에' 두고 행동할 때 저의 사무총장 진출은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명언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싶을 명연설이 아닐 수 없다. 반 장관 역시 유엔사무총장으로 떠나지만 마음은 언제나 고국인 대한민국에 묻어두고 간다는 진정이 내포된 말이다. 반 장관은 이날 "외교장관으로서 아직 우리 외교역량이 21세기의 거센 도전에 맞서기에는 너무나 부족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물리적인 역부족이 많은 기회의 상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또 "저의 선출은 분단국이고 북핵문제 당사국이며 미국과의 군사동맹이란 이유로 한국인은 유엔사무총장이 되기 어렵다는 우리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며 "21세기 다양한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위치와 대상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고찰해보는 창의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은 사유의 틀을 국제무대로 확대해야 하고 우리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국제적 표준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더욱 증대, 국제사회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능동적으로 떠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한국의 사무총장은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인 사무총장"이라면서 "특히 제가 직접 관여해왔던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유지에 대해서는 사무총장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 조속한 시일 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70년 외교부에 첫 입부한 이래 37년간을 몸담았던 청사를 떠나는 심정도 더 없이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 공개석상에서 극도로 신중한 언행을 보여 온 그가 "무인도에 내동댕이쳐진 듯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장도의 길에 나서는 반 장관의 앞날에 행운의 여신이 깃들기를 바란다. 동시에 그가 최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도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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