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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하는 말에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먹을 때 개를 건드리면 으르렁 거리고 경계를 하지요. 보통 가까운 사이에 이런 말을 우스개로 하는데 앞으로는 이 말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직 개만 개처럼 먹을 수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올해 들어와서 미국 소 문제며 멜라민 사태에다 이것마저 접근하기 힘들게 늘어난 비정규직에, 알바에다 이나마 면한 노동자도 해고 위험의 분위기에 한계선상의 낮은 급여. 그것뿐이겠습니까? 늘어나는 영세 자영업자로 인해 온 사회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처절한 생존 전쟁으로 분위기가 삭막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새해에 무언가 좋아질 듯한 조짐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추스림 없이 끼리끼리 망년회다 뭐다 해서 술이나 먹고 한해를 보낸다면 달리 아무런 희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위 강부자나 고소영 패거리들을 비난할 도덕적 우위도 없어질 겁니다. 술 먹고 한해를 보내되 짚어 볼 건 짚어보고 우리가 게을렀던 것을 반성하여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서로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껴안고 뒹구는 것만이 아니라, 엄격한 몸과 마음가짐도 함께 요구됩니다. 사실 한 나라에 살고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강부자나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권의 패거리들과 우리가 무슨 공동목표나 연대감이 있겠습니까? 무조건 내 탓하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건 공허하고 나를, 우리를, 그리고 어렵게 하는 이들과 일들을 기억하여 잊어버리지 않으며, 그러니까 엄격한 사랑 말입니다. 소위 조건 없는 사랑이란 굴종으로 오인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기적이 일어나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면 혁명이 됩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즐겁게 삽시다. 매 순간 순간 쫓기며 협박당하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면서 거대하고 부당한 압력을 이겨내며, 조그마한 틈에서도 희망을 찾아 즐기며 살아갑시다. 돈 많이 벌고 돈 많이 가진 것이 행복이 아니라고 하는 말이 맞다면,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이 사람 사는 전부가 아니라면, 하루하루 힘들어도 웃을 꺼리는 널려 있고 웃으며 사랑하며 어려운 고비를 넘긴다면 우리 인생은 한결 더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버립시다. 지금 이 어려움의 모든 책임이 대통령이 대표로 나타나는 막가파정권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투표라는 정치 행위의 잘못으로 이명박 막가파정권이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자책하지 맙시다. 지난 세월동안 대통령이 몇 번 바뀌기도 하였고 때로는 그들에게 희망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누구는 민주적이고 누구는 친 노동자적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죽어간 것은 노동자였고 나라 곳간은 다국적 기업의 손아귀로 넘어 갔습니다.


 그들은 국가보안법 하나도 없애지 않았습니다. 물론 남북 관계개선 같은 희망적인 일이 이루어지긴 했지요. 지난 선거에서 여야가 바뀐 것은 그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을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국민의 판단이 얼마나 정확한지 모릅니다. 이번 막가파정권은 그저 너무 욕심이 많고 그것을 감추려는 체면이 없어 원초적으로 뻔뻔할 뿐이지 오히려 국민이 명확히 구분하게 하는 솔직(?)한 무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을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마음과 각오가 바뀌어야 합니다. 나라와 살림이 바뀌는 건 대통령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우리 각오가 단단해져야 가능합니다. 우리가 바뀌면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 나라도 바뀝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깨어 있으며 믿음을 가지고 삽시다. 우선 자기 자신을 믿고 역사가 발전함을 믿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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