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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국회의 막바지까지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간 미디어법이 일단 100일 논의 뒤 적법처리로 일단락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1일 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까지 벌이며 국회의장을 압박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한 점은 일단 주목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개정안 반대파업에 참여하는 방송사 노조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합의처리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안은 이미 한 차례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1월 초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유보하고 여야의 합의 처리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2개월 후 다시 대치했다.


   그런데 미디어법 개정안이 여야간에 격렬한 소모전을 치룰 만큼 가치가 있을까. 주요 개정안의 상당수 조항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여당인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조차도 득이 될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가장 우려된 내용은 방송법 개정안에 담긴 대기업과 재벌, 신문 등의 방송 진출 확대 조항이다. 재벌이 방송사 지분을 소유하고, 지배할 경우 뉴스와 프로그램이 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재벌 언론의 폐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지적된다.


   국회의원에 대해 재벌과 신문의 방송진출이 지니는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선거에서의 당선과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재벌과 메이저 신문이 소유할 방송의 영향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법안 통과 이후 의원들이 유권자인 시민을 외면하고 재벌, 신문, 방송이 결합된 독과점 언론기업의 요구에 취약해질 것이다.


   또한 외국자본이 국내 종합편성 채널, 보도 채널과 위성방송 소유에 참여하는 내용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해외 채널에 우리 정신의 안방을 내주려는 점에서 문화 주권의 포기라는 우려를 낳는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담긴 인터넷 모욕죄 처벌 규정의 명문화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정부의 언론통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신중하다. 인터넷의 민주주의적 가능성 제고는 물론 산업의 발달을 위해서도 네티즌의 활발한 참여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신문법 개정안의 경우 제한 규정을 삭제할 경우 독자의 신문선택을 자전거, 선풍기, 상품권이나 또는 심지어 현금 리베이트에 좌우되도록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신문의 경쟁은 품격있는 논조와 정보의 우수성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경품을 두고 경쟁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규모 신문과 지역신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몇몇 여론조사 결과는 반대의견이 찬성에 비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여당이 광고 등을 가져온다며 국민설득과 여론 전환 공세를 펼쳤지만 근거는 빈약하다.


   재벌은 현행법으로도 쇼와 드라마를 비롯해 다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리추구만을 생각할 경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수익성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보아 방송영성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재벌이 통제하는 방송의 관료구조가 창의적 경쟁력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방송법 등 미디어법 개정안을 서둘러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경우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의도한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후퇴라는 부정적 측면은 뚜렷하다. 야당과 시민이 신문, 방송,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당할 경우 거리로 나설 것도 우려된다.


   환영받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원하는가. 방송에서 독립성과 공익성을 확립하라. 신문에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해라.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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