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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는 빨갛다.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눈에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과가 정말 빨간가? 어리석은 질문인 것처럼 보인다. 눈에 분명히 보이는 것을 어떻게 감히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가 과학을 존중한다면 눈에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원자론에 의하면, 물질은 원자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원자는 아주 작은 입자로서 형체, 크기, 질량을 가지고 있고 법칙에 따라 허공에서 움직인다. 그런데 원자는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 빨간 원자, 흰 원자, 노란 원자, 파란 원자라는 것은 없다. 따라서 사과를 구성하는 원자들도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과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사과도 실제로는 빨갛지 않다. 다만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현대과학에 의하면, 사과의 표면에서 튀어 나오는 광자가 우리 눈의 망막에 부딪혀 시신경을 자극하여 사과의 표면에 대한 정보가 신경회로를 타고 뇌에 전달되어 뇌에서 사과는 빨갛다는 감각(시지각)을 일으킨다. 사과는 빨갛고 배는 노랗게 보이는 이유는 사과의 표면에서 나오는 광자의 파장과 배의 표면에서 나오는 광자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과가 진짜로 빨갛고 배가 진짜로 노랗기 때문이 아니다.

 

   정신의 산물


 색깔은 우리 정신의 산물이지 사물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니다. 이 세상에 정신을 가진 생명체가 없다면 사과는 색깔이 없는 원자 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색뿐만 아니라 맛, 차가움, 향기와 같은 미지각, 촉지각, 후지각도 모두 정신의 산물이다. 사실 사과는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다. 사과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우리의 혀에 특정한 자극을 주어 우리의 뇌가 달거나 시다고 느낄 뿐이다. 차가움이나 뜨거움도 사물이 진짜 가지고 있는 속성이 아니다. 현대과학에 의하면, 사물을 구성하는 분자가 천천히 움직일 때 우리가 차가움을 느끼고 빨리 움직일 때 뜨거움을 느낄 뿐이다. 끓는 물이 진짜 뜨거운 것이 아니다. 물 분자가 빨리 움직일 뿐이다.


 그럼 왜 우리는 끓는 물에서 뜨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분자의 운동이 너무 빠른 물체가 우리의 신체와 접촉하면 신체에 손상이 가해지고 생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존에 위협이 되는 물체가 우리의 신체에 접촉되면 우리의 정신은 불쾌감을 느끼도록 진화되었다. 우리는 썩은 동물의 사체에서 악취를 느낀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썩은 사체를 먹으면 인간은 죽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하이에나는 사체에서 향기를 느낄 것이다. 하이에나는 강력한 소화액으로 사체의 소화시킬 수 있다. 썩은 사체가 하이에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이에나의 정신은 사체에서 향기를 느끼도록 진화되었다.


 색, 맛, 열, 향이 정신의 산물임에 반해, 형태, 질량, 운동은 사물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사과의 형태는 사과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수와 배열방식에 의해 결정되며, 사과의 질량은 각 원자들의 질량에 의해 결정이 되고, 사과의 움직임은 원자들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이 된다.


 철학자들은 사물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형태, 질량, 운동과 같은 속성을 제1성질(primary quality)라고 하고, 사물이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으나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색, 맛, 열, 향과 같은 속성을 제2성질(secondary quality)이라 한다. 제1성질은 물리학의 연구대상임에 반해, 제2성질은 심리학의 연구대상이다.

 

   물리학에서 증명


 고대 그리이스 원자론자들은 원자가 쪼개질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현대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전자, 중성자, 양성자로 쪼개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자론이 이렇게 틀렸다고 해서 사과가 실제로 빨갛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물체가 색깔이 없는 작은 입자(또는 파장)로 되어 있다는 고대 그리이스 원자론자들의 원래 생각은 현대 물리학에 의해 여전히 존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과가 정말 빨간가?"는 어리석은 질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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