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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마다 전임 대통령 가족의 비리 뉴스를 듣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 노태우 전 대통령,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은 한결같이 검찰조사를 받았다. 다시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관행이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전통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통령 가족의 비리와 수사 전통은 모두가 중단되길 원하지만 어김없이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어떤 관행이 지속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보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 잘못된 관행의 원인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너무 강한 대통령 권력


 첫째, 정치적 측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강한 대통령의 권력이 비리의 근원이다. 이권 관련자는 절대 권력을 좋아한다. 절대 권력은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의 역사가이자 자유사상가 액튼 경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절대 권력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많은 뇌물 제공자들이 유혹할 리 있을까. 아니다. 절대 권력의 대통령 권한이 존속하는 한, 이러한 관행은 언제든 다시 되풀이될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제의 권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때다.

 

   경제적 대가를 목적


 둘째, 경제적 측면에서 이권 추구자의 뇌물 제공은 충분한 대가를 목적으로 한다. 만일 뇌물이 그 이상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여된다면 그것을 뇌물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불우하고 어려운 이웃을 향해 수십억원을 제공하는 사람은 자비로운 기부자이기 때문이다. 즉 뇌물의 동기는 경제적 이익이다. 그렇다면 뇌물의 경제적 이익을 제한하거나 오히려 경제적 손실로 연결시키는 것이 어떨까.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뇌물을 제공하는 이권 추구자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뇌물 제공과 관련해서 얻은 이익은 환수한다는 원칙이다. 엄밀한 계산 방안은 회계전문가에게 맡기자.

 

   뇌물·선물 구분이 불분명


 셋째, 문화적 측면에서 뇌물이란 비리와 선물이란 미풍양속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분명히 하자. 뇌물과 선물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럽지 않을 때, 그리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일 때 선물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감사의 표시가 선물이다. 그렇지 않다면 뇌물이다. 누가 판단하는가. 당사자가 판단하는 것이 자율과 윤리이고, 사회과 판단하는 것이 도덕과 법이다. 먼저 스스로 자긍심과 책무감을 갖도록 권장하자.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리자. 다음에 이것으로 부족하다면 주고받는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투명성과 공개성 앞에서 뇌물은 설 자리를 잃는다. 공개를 권장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선물 제공액 실비에 대해 소득세 공제 대상에라도 포함시키자.


 참여정부는 불법 자금을 배격했다. 도덕성을 강조했다. 기대가 컸다. 그렇기에 이번 비리로 인해 실망도 컸다. 권력이 깨끗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면 체념과 좌절감에 다름 아니다. 수사를 통해 현 정부의 관계자 중에서도 뇌물을 수수한 경우도 밝혀지고 있다. 이권제공자는 당대의 권력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가족 수사가 현 정부의 비리 척결로 이어지길 바란다.

 

   비리척결의 계기 삼아야


 대통령 가족의 비리는 누구도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5년 마다 예외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개별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전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고, 비난하고, 처벌하는 단기적 시각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통령 가족의 비리에 대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대통령 외에도 상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과 공직자의 비리를 줄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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