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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바이어들과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놀라는 것이 사흘이 멀다 하고 파업과 데모가 일어나는데도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로 유지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한다. 자신들 같으면 거들이 나도 벌써 거들이 났을 것이라며 혀를 찬다. 그리고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저력이 무엇이냐고 의문을 나타낸다. 부존자원이 많은 것도 영토가 넓은 것도 아니라, 오직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노동생산성'뿐 인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노동생산성 향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깎아먹지 못해 안달이면서 "무엇으로 버티느냐"는 이들 외국인들의 의문은 당연하다. 특히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기준으로 우리는 일본보다도 한참 뒤처지고 있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과거로만 회귀하려 한다. 내년 울산지역 노사 기상도 역시 안개상황이다. 울산노동지청은 10일 내년 울산지역 노사관계와 관련, 노사관계법 개정 추진과 화학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여파 등으로 노사갈등이 계속될 우려가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욱이 화학업종 등 구조조정관련 분쟁 예상기업에서의 노사갈등이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여기다 내년 상반기에는 복수노조제도의 유보 등에도 불구 금속산업, 자동차산업, 운송용 기계기구 제조업의 원청 및 협력업체 등에서 노조가 산별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새로운 교섭방법의 진행과 맞물려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이슈가 없이도 파업을 정례화하고 있는 우리 노동계라 내년은 이 같은 이슈가 중첩돼 있어,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현대차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버스사업마저 현자노조 측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가 자동차업계라면 거의 예외 없이 하고 있는 주야2교대 때문이라니 더욱 어안이 벙벙하다. 전주공장은 현재 버스와 트럭을 생산하는 상용차공장으로 연 1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노조측이 노동강도 강화와 기득권보호 등을 이유로 주야2교대 근무를 정면으로 반대, 생산능력의 절반에 불과한 연간 5만대만을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울산은 80년대 말 이후 지금껏 단 한해도 노사분규 없이 넘어간 예가 없다. 올해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와 카프로노조의 장기 분규로 근로손실 일수가 30만5천642일로, 지난해 21만5천857일을 훨씬 상회했다. 이러니 내년의 노사불안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은 강화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노사문화를 지속할 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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