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는 투명하지 않으면 떡을 키울 수 없다. 즉 부자가 될 수 없다.
 투명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직하다는 이야기다. 그 동안 우리는 천당 가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 왔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천당에 가고 안 가고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이제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계화 물결속 패러다임 변화


 우리의 사고방식 속에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거짓말도 하고 얼렁뚱땅도 잘하고 한 마디로 융통성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거짓말하는데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것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위 세계화의 물결이라는 것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어떻게 바뀌었는가.


 한 기업에서 투명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 주는 가장 극명한 예가 엔론(Enron)사의 케이스이다. 엔론사는 중후 장대형 에너지 사업에서 경박 단소형 첨단사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하여 1990년대 후반 e-비즈니스계의 총아, 구조조정의 선두주자로 각광받아 왔다. 미국의 격주간 경제잡지인 <포춘>이 2001년 매출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10대 기업에 따르면, 월마트, 엑손, 모빌, GM, 포드에 이어 800억불의 매출로 엔론이 5위를 했다. 우리 1년 예산이 1,000억불 정도이니 800억불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상상이 갈 것이다.


 하지만 엔론이 기업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이 발견되었다. 지난 5년 간 순이익을 6억 달러, 약 20% 정도의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는 40% 정도 줄였으며 단순한 에너지 거래 중개인임에도 불구하고 회계상 매출액 1,010억 달러를 거래 총액으로 기재하여 엔론 사의 실제 기업활동인 중개료 수입 63억 달러를 무려 1,600%나 부풀린 셈이 되었다. 또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잃은 돈 10억 달러를 회계장부에 올리지 않았다.


 이것이 알려지자 2001년 10월 16일 분식회계조작 의혹이 대두된 날부터 같은 해 12월 2일 파산신청을 하기까지 두 달도 안되는 기간 동안 엔론 사의 주가는 $84에서 26센트까지 무려 400분의 1로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자산매각, 타 에너지 회사와의 합병 등 회생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 25위에 랭크되었고 6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었던 엔론 사는 겉으로 보아서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똑같은 자산, 똑같은 기술, 똑같은 인력, 똑같은 지적 소유권, 똑같은 수익 모델…모든 것이 똑같은데, 딱 하나가 빠졌다. 바로 투명성이 빠지니까 회사의 가치가 400분의 1로 떨어진 것이다.

 

   기업가치의 가장 큰 바탕


 하나의 기업에는 많은 자산이 있다. 땅, 공장, 건물, 금융 자산, 기술, 인력, 지적 소유권 등 매우 많다. 그런데 이것 중에 기업의 가치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 투명성이라는 것을 엔론 사태는 웅변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회사는 투명한 회사"라고 할 때 바로 그것은 회사의 가치를 지탱해 주는 가장 큰 바탕이 된다.
 우리가 가진 투명성의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소위 말하는 'Korea Discount'이다. 한 회사의 주가는 크게 보아 그 회사가 벌어들이고 있는 이익을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외국의 동종 기업들과 이익은 비슷하게 내는데도 주가는 형편없이 낮다.
 예를 들어 같은 통신 회사인 KT는 싱가포르 통신회사에 비해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는 형편없이 낮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마이크론 사에 비해 주가 수익률은 비교가 안 되게 낫다. 이 모든 것이 한국 기업의 투명성의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만약 삼성전자의 주식이 미국의 경쟁 업체인 인텔의 PER(주가수익률) 수준으로 오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 주주들에게 1주당 평균 132만2,000원 만큼 더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정말 엄청난 금액이다.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이 투명성에 큰 원인이 있다면 이제는 우리 공개 기업들의 투명성의 문제는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즉 내 호주머니의 문제이다. 나, 개인 개인의 이해관계가 직결되는 것이다.
 세계가 이렇게 하나가 되기 전, 즉 국경이 엄연히 있을 때는 투명성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우리 끼리이니까 거짓말을 해도 통박이 뻔했고 우리 단일 민족 내에서는 숫자나 말로 할 수 없는 믿는 구석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가 하나가 되었고 국제관계 없이는 우리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되었다. 투명성, 정직성이 없이는 도저히 부자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