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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박 '강남호'가 미군의 추적을 받고 있다. 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수송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도 포착됐다. 북한은 원산 해안으로부터 110㎞ 내에 있는 북동쪽 해역에서 25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군사사격 훈련을 실시한다며 항해금지 구역을 통보했다.


 남북관계도 개성공단을 둘러싼 대립이 해소되지 않았다. 북한의 요구는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현재 월평균 임금 76달러 선에서 300달러로 인상하고, 임금 인상 상한선을 10-20%로 올리고, 개성공단 1단계 부지 임대료를 5억 달러로 인상하고,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 3.3 제곱미터 당 5-10 달러를 조기에 지급해달라는 것.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북한 억류자 신병의 즉각 인도를 비롯해 육로 통행 제한 및 체류 제한 조치 철회, 남북관계 현안 해결 위한 공동 노력, 개성공단 출입, 체류 공동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했다. 팽팽한 논의로 이후 개성공단의 장래는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19일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활로가 모색된 것은 밝은 소식이다. 북한은 기업들의 경영 애로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12월1일 취한 육로 통행 및 체류 제한 조치를 풀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근로자 숙소, 탁아소, 출퇴근 연결도로 건설 등에 대해서는 관계 실무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측은 남북 간에 합의한 계약ㆍ법규 준수, 정치ㆍ군사적 상황에 영향 받지 않는 경제적 접근, 외국공단 합동 시찰 등 3개 원칙을 제의했다. 다음달 2일 회담을 속개하기로 하면서 대화의 끈을 이어갔다.

 

   남아공월드컵 1,2위 본선진출


 반가운 소식도 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같은 조에 속한 한국과 북한은 각각 1, 2위로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우리로선 7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북한으로선 44년만의 진출이다. 하지만 남북의 공동 진출은 사상 처음이다. 남과 북은 각각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4강 진출과 1966년 영국월드컵대회 8강 진출의 화려한 경력이 있다. 예선 최종 경기에서 한국은 박지성의 골에 힘입어 이란과 비겼다. 북한이 사우디와 비겼음에도 본선 티켓을 얻은 배경이다. 정대세와 안영학 등 북한 축구팀이 매우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결과위해 각자 최선의 노력

 

   1994년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본선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다. 마지막 상대인 북한에 2골차로 승리하고 이라크가 일본을 이기거나 비겨야 했다.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잠시 후 이라크가 경기 종료직전 극적인 헤딩골로 일본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의 감격은 매우 컸다.

 현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의 경제를 살려주는 전제 조건으로 비핵과 개방을 요구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면서 6.15와 10.4 등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기싸움이 길어질 경우 피해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국내 협력 업체 그리고 북한 근로자다. 남측은 직·간접 피해가 14 조원 이상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측 역시 개성공단의 4만여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그들의 가족을 포함해 개성시민 15만명의 생계가 어려워진다.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된다면 접경 지역 군사력 재배치와 외국인 투자 유치 비용을 늘릴 것이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갈등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나온다. 일상적이고 피할 수 없다. 심지어 개인도 동시에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을 선택받기도 한다. 갈등의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타협이다. 서로가 절반만 요구하고 절반은 양보하는 것이다. 근로자 억류 문제에서 신변 안전의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 인건비 조정은 기업 운영의 경제성 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기업 이윤이 커지면 북측 근로자 임금도 오를 수 있다. 토지 임대료 역시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
 협상이 힘들 때면 남북 축구팀을 떠올리자. 그들은 열심히 뛰었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해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위협하지도 않았다. 상대 선수들을 일부러 부상시키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다. 결국 묵묵히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고, 한반도에 밝은 빛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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