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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업계가 기능인력 부족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일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엄살이다. 여기에 포문을 연 것은 학계이지만, 이를 조장한 것은 조선업계다. 또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비단 노동시장에만 있지 않다는 데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영훈 목포대 선박해양공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제주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조선공업협회 세미나에서 "국내 조선업이 1등 조선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선기능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올해 조선인력 수요는 1만413명인데 반해 공급은 7825명에 그쳐 2588명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인력수요가 1만889명으로 급증하지만 공급은 8075명으로 2814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2008년에는 인력수요가 1만2483명까지 급증하지만 공급은 8075명에 불과해 무려 4408명의 인력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또 조선기능인력의 평균 연령 역시 지난 1997년 37.6세에서 2002년 40.3세, 2004년 41.4세, 지난해 41.7세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 고령화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공급인력 부족을 공고졸업생 감소와 대형조선소 기술교육원의 공급능력 한계, 외국인력 도입 제한, 공공훈련기관의 현장성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돌렸다.
 그러나 김 교수의 이런 상황 인식은 어떤 면에서 순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일을 하고 싶은 노동력이 차고 넘쳐난다. 3D 직종으로 분류, 누구로부터도 외면되다시피 했던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졸자가 무더기로 몰리고 있는 세상이다. 이들의 노동 강도가 조선소보다 못해서인가, 아니면 임금 수준이 조선소보다 좋아서인가. 둘 다 아니다.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고용보장에 있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비공식적인 통계로 절반을 훨씬 상회하고 있을 정도로, 이 나라의 노동시장은 비뚤어져도 한참 비뚤어져 있다. 정규직 자리는 보수와 노동 강도, 품위 여부를 떠나 '하늘의 별따기'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업체마다 시설투자에는 앞 다투어 나서면서 신입사원 채용에는 인색하다 못해 거의 '소태'가 되고 있다. 특히 필수인력이라 할 관리직이나 연구직의 채용과 달리 생산직은 갈수록 비정규직 의존도를 높여가면서 더욱 심각한 '취업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막말로 이 나라 최고의 직장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생산직 채용과 관련 '제한 없이 선발한다'는 일반 공고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모르긴 몰라도 현재의 고용인원을 능가할 취업 희망자가 몰려들 것이다. 인력난을 타령하기에 앞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조선업계다. 무조건 비정규직만으로 필요인력을 충당하겠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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